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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의 '그리워' 정지용을 너무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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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의 '그리워' 정지용을 너무 닮았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6.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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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이 붙인 가곡 '<그리워>의 가사가 정지용이 지은 시 <그리워>와 흡사해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인뉴스는 최근 이정식 전 CBS 사장(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은상과 정지용의 <그리워>가 표현과 전개방식, 서술이 유사해 표절 혹은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이 전 사장은 시대상황으로 인해 가곡 <그리워>의 작사가 이름이 수 차례 바뀌었던 것과 관련해 “당대 최고의 문인들인데 이렇게 내용이 같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뭔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지 않을 까 싶다”며 “원곡을 되살리는 게 옳지 않겠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전 사장은 평소 애창곡이었던 채동선 작곡 이은상 시의 가곡 <그리워>의 가사가 최근 ‘정지용 사전’(최동호 편저, 고려대학교 출판사)에서 본 정지용의 시 <그리워>와 너무나도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정지용의 시 <그리워>는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 2002년 최동호 고려대 교수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최 교수가 북한문학자료를 검토하다 정지용의 시 <그리워>와 <굴뚝새> 등 두 편을 발견하고 당시 월간문학잡지 ‘문학사상’ 10월호에 공개한 것이다.

정지용의 <그리워>는 ‘1920년대 시선 3’(평양문학예술종합출판사․류희정 편․1992)에 수록됐으며 <향수><고향>등 정지용의 대표작들의 원형으로 해석된다.

최동호 교수는 “정지용 동요동시 형태의 초기작품으로 1923년 일본 유학 직전에 쓴 것으로 보인다. 1927년경에 발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후렴구 반복부분 유사

   
<그리워>시는 후렴구의 반복은 물론 전체적인 단어사용과 전개가 흡사해 다른 사람이 쓴 다른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언뜻 수긍이 가질 않는다. 

이정식 전 사장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인데 이렇게 내용이 같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뭔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지 않을 까 싶다”며 “다만 관련 인물이 모두 작고 한지 수십 년이 흘러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지 않을 까 싶다”고 말했다. 

정지용의 <그리워>를 발굴한 최동호 교수는 “가곡 <그리워>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노산 이은상과 정지용의 시가 흡사한 부분은 있지만 둘 다 이들의 대표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 내용에 대해 학자로서 언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곡하는 과정에서 작사가가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다만 가곡은 시의 내용보다는 불렀을 때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또 노산 선생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산 이은상을 연구하는 학자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경남문학협회 김복근 씨는 “이러한 내용을 전혀 몰랐다. 너무도 흡사해 오히려 표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세밀하게 연구를 진행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채동선 작곡의 가곡 <그리워>는 이번 논란을 제외하고도 사연이 많다. 곡은 같지만 가사를 쓴 사람이 여럿이다. 채동선 작곡가는 1933년 정지용의 시 <고향>에 곡을 붙여 세상에 내놓는다. 그 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던 가곡 <고향>은 정지용의 월북 의혹으로 시 사용이 금지되고, 채동선의 가곡에서도 가사를 바꿀 수밖에 없는 수난을 겪게 된다.

채동선 곡에 작사가만 넷

결국 같은 곡이지만 6.25 동란 직후, 박화목 작사 <망향>으로 불려 지다가 채동선기념사업회에서 채동선 가곡집을 펴낸 1964년, 노은 이은상에게 의뢰해 이은상 작사 <그리워>로 수록돼 각각 불려졌다.

정지용의 <고향>은 금지가곡으로 묶였지만 이미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상태였다. 또한 당시 출판된 명가곡집에 수록된 인기가곡이었으니, 각 출판사들은 급한대로 박화목의 ‘망향’으로 그 가사를 대신했다. 후에 정지용의 시로 한 채동선의 모든 가곡을 다른 가사로 바꾸는 작업에 <고향>의 가사는 이은상의 <그리워>로 대체됐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한국 소프라노 1세대로 서울음대 교수를 역임한 고 이관옥 교수는 스스로 가사를 작사해 <고향 그리워>라는 제목으로 불렀다. 1988년 해금 조치로 다시 원래의 가사인 고향을 되찾아 같은 곡에 네 개의 제목을 가진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정지용 ‘고향’으로 되돌려야

현재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채동선 작곡의 곡에 각각 다른 세 개의 가사 ‘고향’‘그리워’ ‘망향’이 짤막한 사연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은상의 <그리워>와 정지용의 <그리워>가 왜 유사한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설명해줄 이가 없다.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채동선(1901~1953), 정지용(1902~?), 이은상(1903~1982)시인에게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의문부호만을 던질 뿐이다.

이정식 전 사장은 “곡의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니까 앞으로 정지용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옳다. 교과서에도 실릴 곡인데 이러한 내용을 좀 더 정확히 밝혀주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정식 전 사장은 올 연말 가곡에 얽힌 사연을 담은 책을 자신이 직접 부른 음반과 함께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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