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참치캔을 비롯한 참치 가공 식품에서 목에 걸릴 정도의 참치뼈가 잇달아 검출되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참치뼈는 이물보고 대상이 아니어서 업체들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 업체는 이물질로 의심되는 물체가 나오면 무조건 뼈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참치뼈의 경우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므로 이를 적극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참치캔서 생선가시 나와도 OK!
직장인 임모(여.26세)씨는 지난 16일 30개월 된 조카와 밥을 먹다가 깜짝 놀랐다. 임 씨는 동원F&B사의 참치캔에 하얀 물질이 눈에 띄였고, 자세히 살펴보니 앞이 뾰족하고 딱딱한 생선가시가 발견됐다.
임 씨는 “다행히 참치가시를 먹지 않아서 다치지 않았지만, 만약 조카가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며 “앞으로 참치를 먹을 때면 눈 크게 뜨고 먹어야 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모(여.33세)씨도 지난 5월 동원F&B의 후리가케 제품(유통기한 2010년 12월11일까지)'에서 길이 1.5cm, 두께 6~7mm로 생선뼈를 씹고 어금니 모서리가 깨졌다. 김 씨는 “회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생선가시는 이물보고 대상이 아니라며, 피해보상 책임마저 회피했다.
김 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인데도 이런 이물이 나와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 이물질 나오면 "생선뼈라니까요"
주부 이모(여.45세)씨는 지난 3월 유통기한이 1년여 남은 사조산업의 참치캔을 거의 먹어갈 즈음 손가락 1마디 크기의 이쑤시개를 발견했다. 이 씨는 통조림에 적힌 번호로 연락했더니, 없는 전화번호로 나왔고 회사측에 이메일을 보낸 뒤에야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는 이물 조사를 의뢰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지만 무성의하게 이쑤시개가 아니라 참치뼈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이 씨는 “누가 봐도 이쑤시개가 맞는데, 회사에서는 생선뼈를 잘못 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생선가시는 식약청에 보고대상 이물이 아니라며 선물세트를 두고 가려고 하길래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회사측 처사에 분개했다.
이처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는 참치뼈 또는 가시와 관련된 제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실제로 참치캔 등 생선류를 가공해 식품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생선가시 또는 뼈로 인한 클레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참치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등뼈 등 생선가시가 혼입될 수 있다”며 “이와 관련된 클레임이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조산업 역시 참치가 덩치가 커서 간혹 커다랗거나 날카로운 뼈들이 참치캔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은 ‘생선가시는 이물 보고 대상이 아니다’ ‘인체에 위해한 이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내세워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인체에 위해한 이물로 판단하지 않았으니, 식품에서 생선가시나 뼈가 발견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생선가시는 위험하지 않다고?
식약청이 올해 1월 개정 고시한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와 조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생선뼈 또는 가시는 보고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참치캔 등의 생선가시는 고열.고압에서 가공됐기 때문에 인체에 위해하지 않다고 판단됐다”며 “학계를 비롯해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현행 규정에서 명시된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재질과 크기의 이물’에 생선가시를 포함시키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식약청이 생선가시가 이물보고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이중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치아를 손상시킬 정도로 큼지막한 생선가시가 검출된 사례에 대해서는 보고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식약청에 확인해보니, 대체적으로 참치뼈 또는 가시는 가공과정에서 흐물흐물하게 연화되기 때문에 인체에 위해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소비자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아리송할 뿐이다.
사실 가늘고 인체에 위해하지 않은 생선가시는 보고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 사람이 생선가시를 발라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두꺼운 생선뼈가 식품에 혼입될 수 있다. 따라서 인체에 위해할 가능성이 있는 생선가시가 발견됐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 생선가시가 식도 및 대동맥에 손상을 주어 염증에 의해 손상.파열될 수 있다는 것.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병원을 찾았지만, 가시를 빼내지 못해 한동안 가슴이 답답해도 참아야 했던 소비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의료진들은 "일단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면 절대 함부로 음식물을 삼켜서는 안된다"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대로 밥이나 식초 등을 삼킬 경우 목에 다시 상처를 줄 수 있어 더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