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맘때면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쓰지도 못한 채 쌓이기만 하는 '애물단지'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서 항공업계와 공정거래위는 7월 중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모(남.37세)씨는 최근 몇 년 간 쌓아온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예약은 가능했으나 정작 발권 당시 마일리지로 할당된 좌석이 매진됐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당한 것.
한 씨는 "2년 사이 예약한 뒤 잔여 마일리지 좌석이 없다며 퇴짜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사용하지도 못할 마일리지가 쌓이기만 하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과천에 거주하는 이 모(여.26세)씨 또한 "발권 당시 마일리지 사용 의사를 밝히자 좌석이 없다는 안내를 받은 게 비일비재하다"며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자 제공했다는 마일리지가 항공사의 편의에 따라 지나치게 이용이 제약되고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잇따른 마일리지 좌석 발권 실패에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로 할당된 좌석량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영업 전략 및 기밀이라는 이유로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마일리지 사용에 실패한 소비자들은 "항공사 측이 고의로 마일리지 승객은 받지 않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측은 마일리지 좌석에 대한 차별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티켓의 종류는 10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이라며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영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보너스 항공권이라고 차별화하는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같은 등급의 좌석일지라도 승객의 체류기간에 따라 요금이 다를 수 있다"며 "항공 좌석은 여객기 노선, 시간 등 주변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해 마일리지 할당 좌석은 제 각각이라 일정 비율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항공권을 예약할 때 마일리지로 결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사전에 해야 자칫 발권 시 표를 구하지 못하는 불편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항공사 관계자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여전히 불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4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사용과 관련해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에 대비해 적립하는 충당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충당금이란 고객이 앞으로 마일리지를 사용할 것에 대비해 회계상 적립해두는 돈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천3억원의 마일리지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2009년과 2008년 각각 2천789억원, 2천352억원이던 충당금에 비해 205억원과 651억원이 급증한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711억원보다 8억원 가량 늘어난 719억원의 마일리지 충당금을 적립했다. 2008년에 비해서는 30억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사용치 못한 마일리지가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항공마일리지 이용 확대 등 개선안 고심 중
이와 관련 대한항공 아시나아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과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중으로 항공마일리지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회사 내에서 마일리지제도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 또한 정호열 위원장의 입을 빌어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 정호열 위원장은 "항공마일리지와 관련해 소비자가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7월까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마련 중인 개선안에는 제휴해서 주는 제휴 항공 마일리지의 경우 현행 5년인 유효기간을 없애고, 상속 등이 가능한 재산권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일리지로 쓸 수 있는 좌석 규모도 성수기에 상관없이 10% 선으로 늘리고 배정 과정 등 마일리지 관련 정보의 공개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마일리지 사용처도 식당과 극장 등으로 다양화해 마일리지의 이용기회를 확대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