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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빼는 '사업비' 보험사만 배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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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빼는 '사업비' 보험사만 배불려
8년간 사업비 차익 17조7천억.."영업기밀이라 공개 못해"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7.06 08: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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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계약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집행되는 사업비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다.

보험상품 관리 명목으로 지출되는 사업비가 과도하게 설정되는 바람에 보험만기 시 소비자들이 받아가는 환급금이 원금 보다 작은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영업기밀' 이유로 사업비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매년 수조원의 사업비 차이익을
거둬들이면서 계약자의 비싼 보험료로 보험사들이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통상 보험료 대비 7%에서 최대 40%까지 예정사업비로 부과되고 이 중 70~130%를 보험사가 실제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사업비가 얼마나 되며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지난 2001년 이후 8년간 생명보험사들이 거둬들인 사업비 차익은 무려 17조6천869억원에 달한다. 

사업비 차익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이 비싼 보험료를 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업비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세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비는 ‘눈먼 돈’..원금도 못 건지는 경우 다반사 

상가임대업을 하는 충북 제천시의 강 모(여.55세)씨는 지난 2005년 5월 임대하고 있는 상가 앞으로 그린화재보험사의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계약서상 월 10만원의 보험료 중 2만4천원은 보장 보험료로 소진되고 나머지 7만6천원은 적립금으로 운영됐다. 5년 동안 미납없이 꼬박꼬박 내왔던 강 씨는 올해 5월 만기가 되어 환급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보험사가 입금해준 돈은 430만원에 불과했다.

설계사가 언급한 이자는 차치하더라도 5년간 부은 45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보험사 측은 적립금 7만6천원에서 약간의 사업비가 빠져나가서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계약 당시 사업비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장 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사는 전 모(여) 씨는 2007년 10월 미래에셋생명의 변액 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했다. “목돈을 2년 동안 분할납부하고 수익이 나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적립식 펀드와 같은 상품”이란 설계사의 말을 믿고 가입했던 전 씨는 2009년 10월까지 월 102만원의 납입금을 24회 납입했다.

전 씨가 수익률 확인을 위해 지점을 방문했을 땐 오히려 300만원 가량이 줄어 있었다. 보험사 측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매달 11만원씩 빠져나간 것”이라며 “이 돈을 앞으로 10년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비와 운용수수료로 빠지는 돈이 월 납입금의 2~3%정도이고, 기간도 2년으로 알고 있었던 전 씨는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험회사 사업비 과연 적정할까?

보험계약자가 내는 보험료(영업보험료)는 순보험료와 부가보험료로 나뉜다. 순보험료는 만기시 돌려주는 저축 보험료와 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위험보험료로 구분된다.부가보험료는 보험사의 기본 운영수익이 되는 사업비로 신계약비․유지비․수금비 3가지로 나뉜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계약비는 보험을 모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50%)이며 유지비는 보험계약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3~5%), 수금비는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비용(2~3%)이다.

현재 10개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사업비 현황(온․오프라인 합계)을 보면 2009년도 4분기 누계기준으로 사업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보험사는 메리츠화재보험이 32.6%로 1위를 달렸고 LIG손보가 31.9%, 한화와 그린손보가 31.7%, 삼성화재 30.6%, 현대해상이 30.5%로 그 뒤를 이었으며 가장 적게 사용한 곳은 동부화재가 27.7%로 가장 낮았다.

예정사업비의 경우 현대해상이 30.2%로 가장 많았고 LIG손보 29.9%, 한화손보 29.1%, 그린손보 28.4%, 메리츠화재 28.1%, 삼성화재 28%로 뒤를 이었고 롯데손보가 25.6%로 가장 낮았다. 집행차익은 삼성화재가 81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화재 313억원, LIG손보가 253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흥국화재가 22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적정사업비율이 27%인 점을 감안할 때 많은 보험사들이 초과책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협회를 통해 보험상품별로 비교․공시하고 있는데 상품보장 성격(저축성, 보장성, 변액보험)에 따라 판매채널(일반설계사, 대리점, TM 등)에 따라, 연령별, 보험가입 기간 및 보장기간, 보험가입금액, 유․무배당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한 예정사업비 지수(업계평균을 100으로 규정)를 적용해 공시하고 있다.

가령, 일반설계사 및 대리점이 판매한 보장성보험 중 종신보험(확정형)의 경우 1천만원 가입기준일 때 예정사업비 지수는 뉴욕생명(NYL Get Famliy Life 종신보험)이 172.74(65세형)로 가장 높고 흥국생명(실버종신보험)이 67.58로 가장 낮다.

일반저축보험의 경우 푸르덴셜생명(양로보험)이 194.4로 가장 높고 교보생명(교보플러스원저축보험)이 79.9로 가장 낮다. 예정사업비 지수를 통해 사업비 현황을 짐작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의 사업비가 책정됐고 실제로 얼마가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과다책정, 공개해야” VS “적정 수준, 영업기밀”

보험사들은 영업상 보안을 이유로 사업비 공개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지만 보험사의 사업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8회계연도(2008.4∼2009.3) 생보사들의 사업비차이익은 2조38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천448억원(27.9%)이 증가했다. 손보사 역시 2009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비를 당초 계획보다 621억원(4.1%) 초과해 사용했고 지난 2008년에는 1천619억원이 늘어난 3조1947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부국장은 “소비자가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을 가입하려면 보험사별로 사업비가 적게 부과되어 있고 예정위험률이 낮으며 예정이율이 높은 상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험사들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설계사 수당은 물론 독립보험대리점(GA) 임대료, 보험상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비용으로까지 쓰면서 사업비를 오픈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생보와 손보협회 측은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다보니 영업상 기밀이 노출될 소지가 있어 사업비 세부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감독규정에 따라 사업비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평가받아 산정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금감원 "10월부터 사업비 공시 세부규정 마련"

가장 많은 보험계약자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사업비 책정은 영업 전략인데 전체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자동차나 TV같은 전자제품의 경우도 각각의 부품이 얼마인지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데 유독 보험사의 사업비만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LIG손해보험 역시 “협회를 통해 각 보험사별로 사업비 비교 내역이 공시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자신에게 맞는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한 사업비 세부내역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계약자라도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사 사업비 공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총괄팀 채희성 팀장은 “지난 4월부터 보험료 산출체계에 대한 세부규정 등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생보․손보협회를 통해 상품별로 사업비 공시에 대한 세부규정을 마련해 오는 10월부터 적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채 팀장은 보험업계 설명과 달리 “개별 계약자들도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에 한해 보험료 산출 및 사업비 내역 등을 볼 수 있는 열람권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에 기초서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이를 거절할 경우 감독기관에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은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한해의 사업비 차이익이 모두 보험사의 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매년 수조원의 사업비 차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그만큼 사업비가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 스스로가 사업비를 둘러싼 의혹을 푸는 것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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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암반수 2010-07-06 10:28:52
종신보험 사업비지수 39.6인 획기적인 상품도 있습니다.
생명보험의 종신보험 중 사업비율이 가장 낮은 상품은 흥국생명의 실버종신이 아닙니다. kdb생명의 e-다이렉트유니버셜종신보험은 39.6입니다. 더구나 실버종신은 50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한 상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