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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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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리뷰] 재기발랄 상상력의 압승!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7.05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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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지만 서양 뮤지컬보다도 낯설고 접하기 힘든 장르가 있다. 바로 판소리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 2001년 이삼십 대 젊은 소리꾼들이 모여 만든 예술창작단체다. 젊은 국악으로 우리 소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하고 싶다는 타루는 그 노력의 결정체와도 같은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를 통해 우리 전통 소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작품은 ‘과자이야기’, ‘스물셋 송희’, ‘조선나이키’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판소리에서 탈피,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하고 ‘나이키’라는 신발을 소재로 등장시키며, 스물 셋 송희를 통해 판소리가 가진 해학을 보여준다. 출연진들도 평균 판소리 공력 15년차의 전문 소리꾼들로 구성됐다. 전주대사습장원, 동아 콩쿨 수상 경력 등 실력파들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과자이야기’는 가히 상상력의 압승이라 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수많은 버전으로 리바이벌 공연되며 사랑받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전혀 다른 감성과 무릎을 ‘탁’ 칠만한 재기발랄함으로 무장시켰다. 원작에서 줄리엣이 신부에게 건네받는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위장하는 모략이 ‘과자이야기’에서 어떻게 재창조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국악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는 스타일은 가볍되 우리 소리의 깊이를 끌어안은 작품이다. 상큼 아삭아삭한 맛을 주는 ‘과자이야기’와 폭소와 유머가 가득한 ‘조선나이키’가 보다 대중적이라면 두 에피소드 사이를 연결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스물셋 송희’는 좀 더 우리 전통 판소리의 정체성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송희 역을 맡은 창자(唱子)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한다던지 1인 공연예술형태를 띠는 전통 판소리처럼 (고수를 제외하고) 혼자서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책임지는 무대 등이 그렇다. 하지만 뮤지컬의 형식을 아예 제외시킨 것은 아니다. 송희의 첫사랑 남자를 등장시켜 적재적소에 웃음 포인트를 마련해 두었음은 물론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조선나이키’는 관객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 전달한다. 묘령의 할아버지가 등장해 ‘세상에서 돈 보다도 명예보다도 중요한 게 뭔지 알어?’라고 던지는 질문에 관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소망을 떠올렸을 것이다. 가족의 건강, 친구와의 우정,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했을 수도 있다. 주인공 순돌이는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소재가 된 나이키 신발을 통해 훈훈하고 따뜻한 풍경을 연출한다. 국악뮤지컬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가 갖는 힘은 이러한 세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몸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있다는 것이다.


이삼십 대와 오육십 대가 함께 호흡할 수 있고, 관객들의 자발적인 박수와 추임새가 터져 나오는 공연,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는 7월 4일까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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