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B카드는 시장점유율 14.6%로 신한카드(21.2%)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11.4%)․삼성카드(11%)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언제든 자리를 내 줄 수 있는 상황이다.
KB카드가 분사를 통해 마케팅 강화 등 공격영업에 나설 경우 이를 방어하려는 2위권 업체끼리의 경합은 물론 그간 독주체제를 보여 온 신한카드 역시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카드업계의 과열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KB카드 분사 현실화될까?
KB카드 분사는 어 내정자가 선출 직후 임직원들과 가진 면담에서 국민은행 카드사업 부문의 분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실제로 어 내정자는 지난 6월말 신용카드 부문 임직원 10여명을 현대카드로 보내 경영혁신과 마케팅 등을 벤치마킹토록 하는 등 카드분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어 내정자가 오는 13일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 7월 중순 경 카드사업 분사 방안을 확정해 내년 상반기쯤 분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카드는 일찍이 1980년 9월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 업무를 시작해 87년 9월 국민카드로 분사했다.
이후 2003년 카드사태 여파로 그해 9월 국민은행과 합병돼 현재 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에 속해 있다. KB금융은 2008년 9월 출범 당시 KB카드를 분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기 및 황영기 전 회장의 중도 사퇴로 보류돼 실현되지 못했다.
카드 분사 배경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행에 두는 것보다는 카드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어 회장 내정자가 의지를 밝힌 만큼 카드 분사는 하겠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분사 통해 공격영업 시동..카드업계 긴장
국민은행에 따르면 5월말 현재 KB카드 취급액(신용판매, 현금서비스, 카드론 포함)은 22조 5295억원이다. 체크카드까지 합하면 26조 1566억원에 이르며 시장점유율 14.6%를 차지하고 있다. 유효 회원수는 997만9천명, 법인 및 체크카드 회원을 합하면 1195만4천명이다.
가맹점 수도 202만여 개로 전업사 못지않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고 있어 국민은행 카드 사업부문 자산은 11조 9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273조원으로 국내은행 중 최다자산을 보유한 국민은행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B카드가 국민은행이 가진 인적자원과 공격경영을 통해 본격적인 영업전선에 뛰어들 경우 2위 자리는 물론 1위인 신한카드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카드(유효회원 1천457만명, 카드취급액 29조2천억원)와는 격차가 크고 현대카드 역시 최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매출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2위권 선점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KB카드 분사는 은행과 합병했다가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면서도 "KB를 비롯한 타은행계의 카드 분사가 본격화되면 경쟁이 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은행계 카드분사 과열경쟁 우려..인허가 관건
현재, KB카드를 비롯해 우리카드, 농협카드의 분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이 하나카드를 분사한 데 이어 올해 2월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하나SK카카드로 사명을 바꾸면서 전업계 카드사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농협도 'NH카드분사' 명칭을 사용하고 지난해 독자 브랜드인 '채움카드'를 출시하는 등 신용부문의 독립 가능성을 내비쳐 왔으며 우리은행 역시 우리카드의 분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카드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은행계 카드 분사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도 과열경쟁에 따른 부실운영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여신전문총괄팀 이준수 팀장은 "KB카드 분사 문제는 KB금융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카드사간 지나친 마케팅 경쟁으로 건전성 악화와 부실 우려가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카드를 시작으로 은행권의 카드사업 분사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카드업계에 어떤 지각변동을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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