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코러스라인’이 돌아왔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테크닉 없이도, 무대 위 ‘열정’하나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국내 상륙은 일대 빅뉴스였다. 더군다나 뮤지컬 ‘코러스라인’ 초연 시 무대에 섰던 바욕 리가 연출한다는 소식은 관객들로 부푼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바욕 리가 국내 배우 캐스팅도 담당했단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최종오디션에 참가한 17인 댄서들의 긴장감과 이어 드러나는 지난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 또한 오디션 결과보다 이들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그러한 삶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는 범인류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국내에 선보인 뮤지컬 ‘코러스라인’ 역시 비로 이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과장된 치장의 화려한 무대도, 시선을 한데 모으는 스타성 짙은 주인공도 찾아볼 수 없다. 춤이 있고, 노래가 있을 뿐. 배우들은 소품이나 장치 없이 맨 몸으로 무대에 서서 무대 위 빈 공간을 열정으로만 채운다. 물론 서툴기도, 때론 어색하기도 하다. 어쩌면 최종오디션에 목숨 걸고 참여한 그들에게 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무대 위를 일사분란하게 뛰어다니는 재기발랄한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극의 흐름은 파도를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라인’ 원작 그래도 옮겨와
뮤지컬 ‘코러스라인’은 국내 최초로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 원작 그대로를 보여주려 했던 연출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무대, 의상, 캐릭터묘사, 스토리라인, 연출 등이 그렇다. 관객들을 환상으로 초대했던 음악도 1975년 그 때 그 당시의 모습이다. 더욱이 국내 모든 관객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미국식 유머까지도 그대로다. 이것으로 원작의 감동 또한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와 거리가 느껴지는 국내 관객과의 ‘소통’의 문제에서 말 못할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언어일 뿐, 해석에 그쳤다. 그 감정과 깊이를 완전한 동감으로 이끌어내진 못한 것이다. 이는 감동을 한 단계 낮추는 구실을 했다. 이는 비단 코러스라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라이선스 뮤지컬의 한계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뮤지컬의 명성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게 문화와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배우들의 역량이 무대의 최대장치
무대는 간단하다. 최소한의 무대장치로 배우들의 역량에만 집중될 수 있도록 무대를 꾸몄다. 극중 배경이 연습실인 만큼 무대장치 또한 전신거울이 전부다. 무대는 거울의 움직임을 통해 평면적인 수평구도를 깨고 입체성을 시도하기 위한 몇몇 시도를 한다. 그러나 지나치지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에 그친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연출의 의도로 짐작해본다. 한편 조명의 적재적소의 적절한 사용은 밋밋할 수 있는 구성에 다이내믹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진정성’ 담은 이야기, 느슨해진 긴장감은 아쉬워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참맛은 역시 배우들의 열정과 캐릭터의 개성, 진정성을 담은 스토리에 있다. 원작 ‘코러스라인’은 이것만으로 승부를 걸어 다른 기라성 같은 작품들을 재치고 참승을 얻어냈다. 이번 공연 역시 무대 위 패기 넘치는 안무와 노래가 그 흐름을 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간다. 그 구성이 자연스럽고, 세련됐다. 힘을 다해 그 흐름을 이끈 배우들도 대단했다. 문제라면 힘없이 늘어진 이야기였다. 한 캐릭터, 캐릭터 마다 자신의 과거를 토로하며 진솔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러다보니 길어졌다.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관객도 몰입의 끈을 서서히 놓는다. 다시금 활기 넘치는 춤사위로 긴장감의 끈을 조이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잘 살려낸 캐릭터 묘사, 이야기에 담긴 ‘진정성’은 명성이 자자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실감케 했다. 이야기는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금빛 네온사인 아래 금장 옷을 입고 추는 군무로 막이 내린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