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결혼은 판단력 부족, 이혼은 인내심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음 속 큰 상처가 있지만 인간은 곧 재혼을 생각한다. 망각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혹자는 고통을 견디는 인간 생존의 조건으로 망각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망각에 불감증이라는 불청객이 더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인천대교 버스추락사고가 그렇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 공항 방향 2차로에는 엔진이 고장 난 마티즈CVT 차량이 정차돼 있었다.
이를 피하던 1톤 화물차는 도로 중앙 벽을 들이받았고, 뒤따르던 버스는 오른쪽 가드레일을 넘어 추락했다.
1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대형 참사였다.
마티즈 운전자는 삼각대 설치 등 적절한 비상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형 참사의 빌미가 됐다.
버스가 뚫고 지나가버린 가드레일 또한 기준에 못 미치게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연일 뉴스에 보도되며 새삼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이 인구에 회자됐다. 그 덕분에 삼각대를 비롯한 차량 안전용품이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4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2006년 서해대교에는 3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11명이 사망했다. 나라가 시끄러웠고, 너도 나도 안전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4년 뒤 버스 운전사도, 마티즈 운전자도 이를 망각했다. 불감증이 다시 찾아왔다는 게 맞을 듯싶다.
현행 도로교통법 66조와 67조는 고장 등으로 주행할 수 없게 되면 주간에는 100m, 야간에는 200m 후방에 고장 차 표지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거나 안전용품을 휴대치 않으면 각각 벌금 20만원과 2만원을 물어야 한다. 벌이 너무 가볍다. 불감증에 무시당하는 게 당연하다.
경찰은 뒤늦게 앞으로 유사 사고 발생 시 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사고 당시 버스는 하이패스 구간을 시속 80㎞ 속도로 통과했다고 한다. 하이패스는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협의에 따라 시속 30㎞ 이하로 제한돼 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상의 제한속도가 분명한 효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고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선 격이다.
11명 그리고 또 13명의 목숨. 불감증에 내어주기에는 너무 비싼 대가다. 이 같은 희생이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