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광석 기자]"롯데도 됐는데 우리는 왜?"
포스코(대표 정준양)가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증축에 제동이 걸려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조4천억원이나 투자한 증축 공사계획이 비행안전구역 제한고도 위반에 발목을 잡혀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탓이다.
포스코의 신제강공장 증축이 중단된 것은 해당 지역이 군사시설보호법상 비행안전구역으로 묶여 있여 고도제한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포스코가 수천 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국내 주요 기반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경제계 일각에서는 비슷한 사유로 난항을 겪었던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에 대해서는 군 비행장의 활주로를 바꾸면서까지 허용해준 군당국이 제철소 증축을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위락시설인 제2롯데월드의 경우 교통 체증 유발 우려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가운데도 허가를 내줬으면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산업시설의 증축을 금지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이다.
◆포스코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발목'
포스코의 신제강공장은 '조강생산량 4천만 톤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난 2008년 7월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현재 군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포스코로서는 신제강공장 계획이 중단될 경우 약 5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또 포스코의 선재공장 건설에 따라 신규 투자를 검토하던 관련 업체들도 향후 계획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4.7m에 달하는 건축물 높이가 화근이었다. 건물이 세워진 지역은 군사시설보호법상 비행안전구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66.5m 이상의 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물론 포스코와 포항시는 사전협의를 거치지 못했고 군에서는 비행안전 확보 미흡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법에 따라 건축물 퇴거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에 포스코와 포항시는 군의 요구에 불복해 총리실에 이 문제와 관련된 중재를 요청하면서 이달 말 실무위원회가 열릴 계획이다.
◆"롯데는 되는데 포스코는 왜?"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신제강공장 증축이 무산되면 지역 경쟁력 활성화는 물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커다란 손실"이라며 "당초 고도제한을 위반한 제2롯데월드는 비행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허용해줬으면서 같은 조건의 포스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논리는 다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추진 중인 제2롯데월드도 555m의 높이로 세운다는 계획으로 고도허용범위를 훨씬 초과했으나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군과 실무위의 건축허가를 얻었다.
즉 제2롯데월드가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외국 국빈항공기 보호구역 바깥에 있고 동편활주로를 3도 변경하면 제2롯데월드와의 안전거리 유지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런 논리라면 자신들도 건축허가를 받아 마땅하다는 게 포스코의 입장이다.
포항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 검증용역 결과에서도 인근 포항공항 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다고 나온 데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지점에는 79.6m 인덕산이 위치해 있다.
더욱이 인근에는 고도제한 높이를 훨씬 웃도는 포항제철소 굴뚝이 20년 동안 서 있었으나 문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군당국 "포스코-롯데 엄연히 틀려"
하지만 군당국은 포스코와 롯데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15년 동안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가 국방부가 고도제한을 이유로 건축을 반대한 후 행정협의조정을 통해 겨우 건축이 허가됐다.
당시 이를 두고 휴전상태의 분단국가에서 수도방위의 핵심 시설인 군 비행장의 활주로 위치까지 바꾸면서 상업시설을 허가해주는 건 옳지 않다는 따가운 비판이 일기도 했다.
15년 동안 줄곧 반대의사를 표시해온 군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 대해서도 온갖 억측이 떠돌았다.
군 당국은 그럼에도 제2롯데월드는 합법적으로 허가가 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가 공사를 하기 전에 법적인 절차를 먼져 거쳤으나 포스코 신제강공장은 이미 공정이 90% 이상 진행된 데다 공사비 또한 1조2천억 원 가까이 집행된 상태이므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
즉 롯데는 법적인 절차를 먼져 거쳤으나 포스코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신제강공장은 현행법상으로는 비행안전구역 제한고도 위배가 맞기 때문에 행정협의를 통한 조정 대상이 아니며, 조정이 성사되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결국 포스코는 뒤늦게 건물높이를 낮출 수도 없고 공사재개가 결정된다 해도 준공시기가 최소 1년 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