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마, 성진아! 나는 네 선택이 오랜 시간동안 판단해 내린 결론인 것으로 알고 있어. 포기해서 아쉬운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한번 가져 봐.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
"그렇게 생각해, 성진아!"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제부터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겠어. 미래만 생각하고 살겠다고. 네 말을 들으니까 10년 묵은 체증이 그야말로 확 뚫리는구나. 고맙다, 문호야!"
잠시 침묵하던 성진이 갑자기 술에 취한 사람답지 않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문호의 말에 오랫동안의 고민이 확 풀리는 눈치였다.
기분이 몹시 좋아진 그는 옆의 호스테스들에게 묘한 눈짓을 보냈다. 뭔가를 지시하는 눈길이었다. 여자들은 그게 뭔지 안다는듯 바로 일어나 웃옷까지 훌훌 벗어던지면서 바로 알몸으로 변했다. 문호 옆의 두 호스테스 역시 벗는 것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다.
사전에 이미 약속이 돼 있기라도 한듯 옷을 벗어제치고 곧바로 앞의 여자들에 못지 않은 눈부신 나신을 드러냈다. 문호가 말리고 뭐고 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을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문호는 이번에는 눈을 감지는 않았으나 놀라움은 컸다. 그러나 그의 놀라움은 다음 순간의 광경을 목도하고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성진 옆의 두 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으면서 질 낮은 도색 비디오에서나 볼만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성진은 경험이 많은 것이 분명했다. 여자들에 못지 않게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행동하기 편하게 앉은채 바지를 알아서 술술 벗어내리는가 하면 여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번갈아 무차별 공략해 나갔다.
여자들의 색기 넘치는 가쁜 숨소리가 곧 이어 좁은 실내에 가득 퍼져나갔다. 성진은 여자 다루는 솜씨에서는 누구 못지 않은 프로인듯 했으나 성질은 좀 급한 것이 틀림 없었다. 여자들이 못 견디겠다는 의도적인 괴성을 쉴새 없이 뱉어내자 그예 왼쪽의 좀 더 글래머의 여자를 서둘러 무릎에 앉히는 조급함을 보였다.
문호로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몬도가네 그 자체였다. 그는 그러나 어색한 광경이 서서히 눈에 익어가면서 분위기의 어색함에서 급속도로 벗어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마도 공범이 있다는 기분이 주는 편안한 심리적 상태가 그것인지 몰랐다.
그는 완전 알몸이 된채 자신의 남성을 입 안에서 계속 굴리고 있는 왼쪽 편 여자의 별로 크지 않은 가슴을 슬며시 만졌다. 여자에게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오른 편 여자 역시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문호의 머리 부분에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밀착시킨채 연신 의도적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흔히 손빨래로 불리는 용두질로만 1주일에 한두번 씩 성 문제를 해결해온 문호로서는 실내의 후끈후끈한 분위기를 배겨낼 재간이 애초부터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급기야 여자들이 그를 못살게 군지 정확히 3분여만에 파정(破精)에 이르고 말았다.
그는 열락과 수치심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복잡한 감정에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그게 끝은 아니었다. 여자들은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은 그의 남성에 뭔 미련이 그리 많은지 계속 놀려대는 노력을 잊지 않았다. 일을 치른 후에도 전 세계의 여자들이 공통으로 즐겨 한다는 단순한 후희(後戱)라고만 하기는 어려운 태도였다.
문호는 4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는 했으나 총각은 총각이었다. 여자들의 끈질긴 열의에 감동이라도 한 것처럼 그의 남성이 언제 그랬냐는듯 슬그머니 되살아나고 있었다.
"야, 역시 젊음이 좋기는 좋네. 바로 반응을 보이니 말이야. 앞으로 내 애인 삼으면 되겠다. 나이에 비해 무기의 능력이 최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다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복잡해지고 있는 문호의 귀에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여자의 코먹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얼굴에 은밀한 부분을 마구 들이대던 여자였다. 그녀의 상반신이 어느새 그의 몸 아래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