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광석 기자]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때문에 속을 끓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계절상품인 에어컨의 경우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고 지내다가 오랜 만에 작동을 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제품 불량으로 인해 반복 고장이 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에어컨 같은 계절상품의 경우 성수기에는 업체 측 A/S문의도 밀려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전가동 등 소비자의 빠른 대처가 필수"라면서 "관리소홀이나 주변환경 영향으로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많다"고 소비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고장 또 고장'..원인 "아무도 몰라"
서울시 광진구에 거주하는 임 모(여.31세) 씨는 지난 5월 8일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삼성전자(사장 최지성) 에어컨 '김연아 에디션 하우젠'을 175만 원에 구입했다.
임 씨는 오는 9월 출산을 앞두고 있어 기초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이 꼭 필요한 상태였던 것. 임 씨는 이후 1달간 사용을 안 하다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 중순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누르지도 않은 스피드 버튼이 불시에 자동 작동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바람 강약조절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임 씨는 우선 백화점에 문의한 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A/S를 신청했다.
그러나 2회 정도의 검사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임 씨는 "불시에 문제가 생겼다 괜찮아졌다 그러는데 언제 고장이 날 줄 알고 미리 A/S를 신청하겠느냐"며 즉각 환불해 달라고 항의했다.
처음에는 "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환불 및 교환은 불가능 하다"고 일축하던 백화점 측은 '5월에 누가 에어컨을 트느냐'는 임 씨의 항의에 "교환해 주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이후 방문한 서비스센터 기사는 "자택 가전제품과 에어컨 전자파 등이 섞여 오류가 난 것 같다"며 "보증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가 접수된 후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이 이뤄지긴 했으나 다시 똑같은 오류가 발생했다고.
이후 고장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 씨는 환불을 받았다.
이외에도 에어컨 실외기가 폭발하거나, 불이 나는 등 원인 불명의 고장과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이 애를 먹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냉매회수 도중 갑자기 터진 삼성전자 에어컨 실외기>
◆"설치업체랑 얘기해"..제조업체 '팔짱'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조 모(남.32세) 씨는 지난해 6월 LG전자 (부회장 남용) 에어컨 제품 '휘센 2in1(FNC151UA)'을 180여만 원에 고가로 구입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그다지 덥지 않아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다가 올 7월 가동시킨 조 씨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어떻게 조작해도 시원한 바람이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
이에 LG 서비스센터 측으로부터 A/S를 받은 결과 설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명돼 수리를 마쳤다.
수리 뒤 밤새 에어컨을 켜둔 채 잠이 든 조 씨는 다음날 아침 주변벽지가 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S결과 이 역시 설치상의 오류로 물을 공급하는 기능이 부실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 씨는 환불 및 교환을 요구했으나 LG 서비스센터 측은 "환불이나 반품은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결국 조 씨는 제조업체가 아닌 설치업체와 환불 및 피해보상 여부에 대한 합의를 봐야했다.
<지난 22일 A/S 직후 에어컨에서 물이 새 벽지를 흠뻑 적신 모습>
◆A/S 미루는 이유 따로 있다?
대전 서구 거주 중인 이 모(27) 씨는 지난 2008년 8월 대전 둔산 홈플러스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가정용 에어컨(모델명 KT-154GEF) 제품을 구입했다.
이 씨는 한동안 사용을 안 하다가 지난해 6월 에어컨을 켜보니 바람이 선풍기처럼 약하게 나오는 것을 느꼈다.
설치업체에 A/S를 신청한 결과 냉방가스가 샌 것으로 판명돼 가스를 다시 주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생겼다. 1년 후인 올해 6월 다시 에어컨을 가동시켜 보니 같은 현상이 반복된 것.
A/S기사가 방문해 1년 전과 똑같은 처방을 내리고 가스를 주입했다.
그러나 며칠 후 같은 고장이 2번 반복됐고 정 씨는 결국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대우일렉트로닉스 측은 처음에는 '설치업체 잘못'이라며 시간을 끌다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이 문제를 지적해 오자 환불조치토록 했다.
◆소비자 발빠른 대처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소비자 피해보상 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보증기간 내 3번 이상의 동일하자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사항일 뿐 처벌조항 등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가전업체마다 자체적 기준을 두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에어컨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품질보증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측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계절이라도 한 번씩 제품을 가동시켜 보고 품질보증서 및 제품사용설명서 내용을 숙지하는 등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관리를 오래 안 하면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에 비록 제철이 아니더라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본체와 실외기 커버는 반드시 평소엔 덮다가 사용하기 시작할 때 벗겨내고 주위의 장애물은 치워 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기 순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열 교환이 안 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에어컨이 꺼질 수 있으며 먼지 및 불순물이 들어가 '선풍기 바람'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용을 안 할 때는 플러그는 반드시 빼두며 실외기, 실내기, 필터 등은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청소해 줘야 고장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