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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진짜 돈 될까?"..대기업 진출에 과열 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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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진짜 돈 될까?"..대기업 진출에 과열 기미
CJ.롯데 등 재벌 가세로 경쟁 '후끈'..마진 낮아 수익성 의문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0.07.30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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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대기업들의 잇단 사업진출을 선언하면서 막걸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 오리온 등 대형 식품업체가 자회사를 통해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유통대행 방식으로 막걸리 시장에 진출했고 롯데주류는 국내 막걸리 시장 1위 서울탁주와 손을 잡고 막걸리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라면업계 1위 농심 간장시장 1위 샘표식품도 막걸리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 업체들이 주도해온 막걸리 시장에 일대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막걸리 시장 규모와 사업성에 비해 과도한 투자가 이뤄져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순당 쌀막걸리, 이동 동동주 등 마트에서 판매되는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류시장 전쟁' 왜 막걸리인가?

주류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함량이 높은 소주 등 고도주와 저도주 맥주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다.

반면 그 틈바구니에 있는 주류들은 트렌드에 따라 일희일비 한다. 복분자주에 이어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시시각각 유행이 바뀐다.

몇 년 사이에 넘쳐나는 국산쌀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산쌀을 밀가루 대신 사용하려니 너무 비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밀가루 막걸리를 쌀막걸리로, 수입쌀 막걸리를 국산쌀 막걸리로 대체하는 복안이었다.

예상대로 막걸리는 주류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2008년까지만 해도 국내 막걸리 시장은 3천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만에 4천억원을 훌쩍 넘었고, 올해 배 이상 막걸리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액도 급등했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막걸리 수출액은 915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배나 늘었다.

정부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2년까지 막걸리 시장이 1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돈 되겠네”.. 대기업 막걸리 진출 러시

막걸리시장이 짧은 시간 동안 급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막걸리열풍이 좀처럼 가실 줄 모르는 사이에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막걸리시장은 대기업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진로-하이트는 올해 초 포천 상신주가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진로막걸리’를 받아 일본, 미국,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오리온은 계열사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막걸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디어플렉스는 드라마 '신데델라 언니'를 통해 더 유명해진 '참살이탁주'를 생산하는 참살이L&F를 인수했다.

이에 뒤질 새라 CJ제일제당도 ‘대강소백산막걸리’ ‘탁사마’ ‘전주생막걸리’ 등 지역막걸리 3종을 전국에 냉장 유통하는 중이다. 롯데주류는 내달 중으로 막걸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1995년부터 일본에 ‘처음처럼’ ‘경월 그린’ 등을 수출했던 롯데주류는 서울탁주로부터 수출용 제품을 공급받아 수출할 계획이다.

농심 역시 제주도 막걸리업체와 시장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샘표식품도 오랜시간 축적된 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막걸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시장 ‘들썩들썩’..실속은?

그러나 막걸리 사업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 일변도인 것은 아니다.

막걸리시장 진출의사를 밝힌 농심과 샘표식품은 아직까지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시장이 과연 전망이 있느냐는 우려때문이다.

농심의 경우 물 좋기로 유명한 제주도 막걸리가 서울에 올라온 적이 없어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평가되지만, 유통망 구축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산적한 것이 고민이다. 주류 유통망 확보에 들어가는 투자에 비해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은 '장류'사업에서 갈고 닦은 발효기술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막걸리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최근 경영상황이 좋지 못해 역시 신사업을 위한 투자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롯데주류 역시 막걸리 사업에 손을 대긴 했지만, 얼마나 실속이 있을지 심사숙고 중이다. 일단 막걸리 유통사업을 시작해 시장 전반을 공부한 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할 심산이다.

대기업의 진출에 맞서 수성에 나선 막걸리 업체들도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서울탁주는 지난 5월 진천공장을 신축해 국산쌀을 사용한 ‘장수막걸리’의 전국유통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국순당 역시 국산쌀을 강조한 ‘생막걸리’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를 늘린 것만큼 매출이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100%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다.

국순당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800%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사실 막걸리는 마진이 많이 남는 품목이 아니다"라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재벌들이 잇따라 막걸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식품공업협회 관계자도 “지금은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언제까지 유행할지, 시장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따라 관련 기업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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