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비씨카드 지분 27.65% 가운데 20% 가량을 KT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오늘 12일 임시 이사회에 이를 보고할 예정이다.
매각방식은 지분 20%를 KT에 팔되 이 중 6%는 콜옵션 조항(바이백 조건, 비씨카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은행은 당초 보유 지분 중 14%를 팔 계획이었으나 KT측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매각 지분을 늘려줄 것을 요청해 20%로 잠정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씨카드 지분 20%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아직은 사전보고 단계”라며 “이사회 승인 후 빠르면 9월 중 KT와 인수협약(MOU) 체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KT와 MOU체결을 맺으면 3개월간 실사를 통해 매각가를 결정하고 올해 말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KT가 우리은행이 가진 비씨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고 현재 협상 중인 신한카드(14.85%)와 부산은행(3%) 지분을 확보해 목표예상액인 35% 가량을 인수할 경우 실질적 최대주주인 보고펀드(30.65%)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KT와 비씨카드의 결합은 SK텔레콤과 하나카드의 결합으로 완성된 하나SK카드에 이어 모바일 카드결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KT관계자는 "회사영업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비씨카드 지분인수에 나선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비씨카드 지분매각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아직 시작단계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KT 측은 "신한카드의 경우 실사를 통해 올해 초 MOU를 체결했고 구체적인 가격결정과 매각수량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3%의 지분을 가진 부산은행과도 얘기하고 있지만 타은행이나 KB카드 측과는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신한카드 역시 "비씨카드 매각에 대해 의사만 타진했고 가격이나 수량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KT와 비씨카드 결합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비씨카드는 카드사를 회원사로 두고 프로세스를 담당해왔고 자체 시장점유율도 1%에 불과해 하나SK카드와 같은 파급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설령 KT가 카드시장 영업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포화시장에 이른 만큼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T의 통신망과 비씨카드의 가맹점 망이 결합할 경우 하나SK카드에 견줄만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비씨카드는 11개 회원사와 2천70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권 1위인 신한카드(1천400만명)에 2배다. KT가 비씨카드 회원사인 은행 등과 업무제휴 등을 통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면 하나SK카드 보다 더 큰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SK카드 측은 KT와 비씨카드의 결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자신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나SK카드 한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과는 직접투자사인 하나카드를 비롯해 우리은행이 업무제휴를 맺고 있고 KT의 경우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는 등 대형금융사들의 참여로 모바일 결제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는 선발주자로서 그간에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분매각 등으로 KT의 비씨카드 인수가 가시화됨에 따라 또 하나의 금융+통신사의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업계에 새로운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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