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한 연구결과가 눈길을 끈다. 아빠 쥐가 음주를 많이 하면 자녀 쥐의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아빠 혹은 엄마가 임신 전후에 음주를 하게 되면 남아의 정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확인해보았다.
일반적으로 엄마가 임신 시 음주를 하게 되면 자녀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태아알코올신드롬(fetal alcohol syndrome)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엄마가 임신 시 음주를 좀 많이 했을 때 태아가 성장이 더뎌지고 특징적인 얼굴형태를 보이고,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음주를 약간 하더라도 유산 및 저체중 출산 혹은 선천적 결함 등이 있을 수 있다.
올해 덴마크에서 시행된 연구를 보면 임신중 엄마가 술을 마시면 아들의 정자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984~1987년에 태어난 남성을 2005~2006년에 정자의 질에 대해서 조사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엄마가 임신 시 일주일에 맥주 1잔(330ml = alcohol 12g) 이하로 마셨을 경우 아들의 정자농도가 4000만 마리/ml였다. 그러나 일주일에 4잔 이상 마신 경우 정자농도가 2500만 마리/ml 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자농도 기준은 최소 2000만 마리/ml이상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정도 수치는 정상범위라고 할 수 있지만, 원래 정상인의 정자농도는 5000만 마리/ml 전후이고 정자농도가 감소하면 그만큼 임신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정자의 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엄마의 경우 임신 시 음주를 하게 되면 그 알코올이 태반을 타고 들어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수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아빠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아빠는 단순히 정자만 주면 되기 때문에 아빠가 엄마의 임신 전후로 음주를 한다고 굳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에 대한 연구도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시행했다는 동물실험으로 이런 생각을 깨게 만들었다.식약청 특수독성과에 문의해보니 이번 연구는 수컷쥐를 각각 3군으로 나누어 20% 알코올을 3g/kg, 6g/kg 씩 매일 9주간 경구투여했다고 한다. 즉 60kg의 남성이 하루에 소주를 반병(3g/kg) 혹은 1병(6g/kg)씩 마시는 셈이다.
자식 쥐의 정자활동성을 보니 알코올을 복용한 쥐의 자식쥐의 정자활동성이 약 10.7~11.5% 떨어졌다고 한다. 자식쥐의 정소(사람의 고환)의 무게도 최대 7.6%정도까지 떨어졌다.
아직까지 동물실험이라서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고 사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아빠의 음주가 자식에게 영향이 있으려면 정자의 유전자에 영향이 있어야 한다.
식약청 연구진은 이 유전자 중 한가지를 선정해 trpc2라는 유전자를 조사해 이것의 발현이 줄어들었다고 했지만, 이 또한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사실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남성에게서 정자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지나야 정자가 만들어진다. 즉 오늘 사정한 정자는 약 3개월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지금 나오는 것이다. 만일 알코올이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 여성도 임신을 전후해서는 음주를 금해야 되겠지만, 남성의 경우에도 임신하기 약 3개월 이상의 시간을 금주해야 자식 특히 아들에게 별 영향이 없다는 가정이 나온다.
정말로 자식이 소중한가?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도움말=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