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원의 실탄을 준비해 쌍용자동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이 최고 투자책임자(CIO) 파사사라시를 지난 11일 국내에 파견했다.
본격적인 인수협상에 앞서 국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서다.
이를 놓고 마힌드라가 중국 상하이차와 마찬가지로 외부 차입에 의존해 쌍용차를 손쉽게 인수한 뒤 단물만 빨아 먹고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차, 인수자금 '3분의 2' 외부차입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하며 인수 대금 5천909억원 가운데 66%인 3천931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했다.
이후 차입금을 상환하느라 신규 투자는 뒷전으로 돌리고 기술 이전과 자산 매각에만 치중하며 알맹이 빼먹기에 나섰다.
2007년 상하이차는 쌍용차 하이브리드 엔진의 연비와 성능을 높여주는 핵심 기술을 빼냈다. 이 기술은 쌍용차가 정부로부터 신동력개발사업의 일환으로 56억원 상당의 국가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했다.
3년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기술을 빼간 상하이차 관련자는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다.
단물만 쏙 빨린 쌍용차는 결국 법정관리 신세가 됐고 종업원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며 극한 투쟁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마힌드라의 SUV는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웃돌고 있으나 기술력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동안 마힌드라는 해외 업체와의 합작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해왔다.
때문에 마힌드라는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도 돈 냄새를 풍기며 적극 뛰어들었다. 쌍용차의 SUV 기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언론은 일제히 쌍용차 회생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돌연 마힌드라가 외부 차입금을 들여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와 금융권의 시각이 고울리 없다.
"쌍용차 두번 죽이는 행위"
시장은 마힌드라가 외부 차입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상하이차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그룹 CIO를 국내 파견한 것으로 봐 자금 차입에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이 이를 용인한다면 쌍용차를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주가는 마힌드라의 '먹튀' 우려와 르노-닛산이 인수를 포기함과 동시에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12일 1만2천원 가량에 거래되던 쌍용차 주가는 16일 2시35분 기준 전일 대비 1천원 가량 내린 1만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주 중으로 방한이 계획돼 있는 마힌드라 부회장이 우선협상자 선정 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마힌드라에 대한 '먹튀'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