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단속을 강화하고 규정을 보완해도 소액결제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자포자기의 음성이 관련 기관 내부에서 들려오는 실정이다.
군산시 나운동의 설 모(남.23세)씨는 기존에 가입한 P2P사이트를 이용하던 중 포인트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다운 받지 못했다. 유료 충천을 고민하던 설 씨는 사이트 우측 상단에 있는 ‘무료포인트 충전소’가 눈에 들어와 한 음원사이트에 가입했다.
당시 가입양식에 맞춰 휴대폰 및 주민등록 번호의 입력한 설 씨가 회원가입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전송됐다.
단순히 본인확인이란 생각에 인증번호를 입력했지만 1만6천원이 결제됐다는 문자가 전송됐다.
유료서비스란 안내자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설 씨는 황당했다.
뒤늦게 확인한 결과 사이트 하단부분에 매우 작은 글씨로 유료서비스와 사용요금 안내가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놓친 것.
유료서비스를 공지했으니 규정상 해당 업체는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설 씨의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를 베인 심정이었다.
최근 이처럼 형식적으로는 규정을 지키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유료서비스가입을 유도한 뒤 요금을 청구하는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회원가입 과정에서는 유료서비스임을 명시해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무료서비스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여서 끌어들이는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
◆구멍뚫린 실시간 모니터링
이 같은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당국의 단속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관련 규정이 치밀하지 못해 허점을 않고 있는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 관련 기관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소액결제 업체들의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절차만 감시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무료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며 해당 사이트를 광고한 뒤 주소를 링크시키거나 다른 사이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미끼삼아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이럴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과 별개의 양식으로 가입이 진행돼 방통위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피해갈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액결제에 대한 소비자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사이트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해보는 방식으로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정식 회원가입이 아닌 사업자가 실시한 유료이벤트 등 별도의 경로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회원가입을 진행한 인터넷 파일주소(URL)를 모르거나 스크린 샷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으면 사업자를 소액결제 사기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사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소액결제 관련 피해제보>
◆무늬만 '유료 안내' 제재 기준도 없어
특히 유료서비스를 안내하는 문구의 크기 및 위치에 대한 규정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해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글꼴로 유료 서비스를 안내하는 게 다반사다. 또 위치도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사이트 하단이나 구석진 곳에 표기해 소비자가 유료서비스라는 사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크기나 위치에 상관없이 유료라는 사실을 명시만 하면 사업자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유료서비스임을 안내할 경우 이를 확인하지 않은 소비자과실로 판명된다. 안내문구의 크기 및 위치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사업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쉽게 적용시키기 어렵다”며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의 편법영업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경우 이를 교묘히 피한 새로운 편법영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결국 사업자들은 규정을 한 발 앞서가고 있는데 관계 기관은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야 이를 수정하고 보완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방통위의 지지부진한 대처에 피해자들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면서 “소액결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해당 통신사에 요청해 소액결제를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피해 예방법부터 숙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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