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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낚시꾼은 '9단' 정부는 '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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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낚시꾼은 '9단' 정부는 '초단'
발빠른 편법으로 '펄펄'날고..방통위는 '엉금엉금' 뒷북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0.08.1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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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민재 기자]무료 서비스를 빌미로 소비자를 낚시질하는 소액결제 사기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지만, 당국이 뒷북 대응으로 일관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심지어 단속을 강화하고 규정을 보완해도 소액결제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자포자기의 음성이 관련 기관 내부에서 들려오는 실정이다.

군산시 나운동의 설 모(남.23세)씨는 기존에 가입한 P2P사이트를 이용하던 중 포인트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다운 받지 못했다. 유료 충천을 고민하던 설 씨는 사이트 우측 상단에 있는 ‘무료포인트 충전소’가 눈에 들어와 한 음원사이트에 가입했다. 

당시 가입양식에 맞춰 휴대폰 및 주민등록 번호의 입력한 설 씨가 회원가입버튼을 누르자 휴대폰으로 인증번호가 전송됐다.

단순히 본인확인이란 생각에 인증번호를 입력했지만 1만6천원이 결제됐다는 문자가 전송됐다. 

유료서비스란 안내자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설 씨는 황당했다.

뒤늦게 확인한 결과 사이트 하단부분에 매우 작은 글씨로 유료서비스와 사용요금 안내가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놓친 것.

유료서비스를 공지했으니 규정상 해당 업체는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설 씨의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를 베인 심정이었다.

최근 이처럼 형식적으로는 규정을 지키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유료서비스가입을 유도한 뒤 요금을 청구하는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회원가입 과정에서는 유료서비스임을 명시해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무료서비스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여서 끌어들이는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


◆구멍뚫린 실시간 모니터링

이 같은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당국의 단속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관련 규정이 치밀하지 못해 허점을 않고 있는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 관련 기관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소액결제 업체들의 불법영업을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절차만 감시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사업자들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무료로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며 해당 사이트를 광고한 뒤 주소를 링크시키거나 다른 사이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미끼삼아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이럴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과 별개의 양식으로 가입이 진행돼 방통위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피해갈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액결제에 대한 소비자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사이트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해보는 방식으로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정식 회원가입이 아닌 사업자가 실시한 유료이벤트 등 별도의 경로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회원가입을 진행한 인터넷 파일주소(URL)를 모르거나 스크린 샷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없으면 사업자를 소액결제 사기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사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소액결제 관련 피해제보>


◆무늬만 '유료 안내' 제재 기준도 없어

특히 유료서비스를 안내하는 문구의 크기 및 위치에 대한 규정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해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글꼴로 유료 서비스를 안내하는 게 다반사다. 또 위치도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사이트 하단이나 구석진 곳에 표기해 소비자가 유료서비스라는 사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크기나 위치에 상관없이 유료라는 사실을 명시만 하면 사업자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유료서비스임을 안내할 경우 이를 확인하지 않은 소비자과실로 판명된다. 안내문구의 크기 및 위치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사업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쉽게 적용시키기 어렵다”며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대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의 편법영업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경우 이를 교묘히 피한 새로운 편법영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결국 사업자들은 규정을 한 발 앞서가고 있는데 관계 기관은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야 이를 수정하고 보완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방통위의 지지부진한 대처에 피해자들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면서 “소액결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해당 통신사에 요청해 소액결제를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피해 예방법부터 숙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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