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오는 10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에 '약가 인하' 비상이 걸렸다.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는 병·의원, 약국이 실제 구매한 의약품을 고시가격보다 낮게 구매하면 차액의 70%를 해당 병·의원, 약국에 돌려줘 저가구매를 유인하는 제도.
최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 의료원 등 주요 대형병원들은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납품가격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받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형병원들이 제약업체들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제품의 납품가를 사전조사하면서 구체적인 ‘납품 견적서’를 보내 사실상 납품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각 제약사와 도매업체로부터 얼마나 낮은 가격에 약품을 공급할수 있는지를 적시한 ‘입찰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연말 납품계약을 앞두고 10월께 새 입찰의향서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고, 경희대의료원도 이같은 견적서 제출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입찰 의약품 약가를 깎으면 병원과 환자에 모두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낮은 약가를 제시할 제약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당장 병원의 견적서가 제시한 납품가에 맞춰 인하된 견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형병원 납품 품목에서 제외될 것이고, 수용할 경우 향후 지속적인 약가 인하로 매출하락이 불 보듯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전전긍긍’ 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 과도하게 납품가 인하 요구를 하더라도 제약사들은 이를 거절하기가 현실상 매우 힘들다”며 “국내 제약사의 경우 20%, 다국적제약사는 5% 정도 인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납품가격으로 단돈 1원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향후 제도가 실제 시행 됐을 경우 출혈 경쟁이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아직 전체 병원의 움직임이 아니며 과잉투약, 음성적 뒷거래, 의약품 품질저하, 제약사 손실 등의 모순을 지니고 있는 실거래가상환제의 시행 후 경과를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대로 대형병원이 원하는 할인율을 매년 적용할 경우 대부분의 약가가 머지않아 곤두박질치고 이대로 다시 몇 년이 지나면 제약계는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이같은 움직임은 당초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도입에 따른 불안한 시각과 관측 때문에 국공립병원들의 입찰이 유찰로 이어지던 종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종전 사례처럼 공개입찰을 실시할 경우 유찰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사전 점검 차원에서 제약사들이 제시할 수 있는 약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작정 제약사들을 상대로 납품가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안착돼 대형병원 뿐 아니라, 전체 병원들로까지 확산될 경우 제약업계의 출혈경쟁과 이에 따른 매출 하락은 피할 수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결국 제약사별로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과 병원 납품에 따른 매출 등을 분석해 솔로몬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