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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화되는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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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화되는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9.2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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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화기 질환 양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서양에서나 흔하던 소화기 질환들의 발생률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역류성 식도염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증가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2007년 제6회 한중일 국제 헬리코박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시경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 유병률이 1996년 3.5%에서 2006년에는 7.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고지방식과 비만 등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이다.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또한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역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복부 비만이 생긴 경우에도 복부 지방이 복압을 높여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역류성 식도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후두염, 천식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편,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처럼 변하는 바렛식도가 발생할 수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자칫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인 암 발병률 중 부동의 1위로 알려져 있는 위암 역시 그 양상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위암환자 1천816명을 분석한 결과, 위를 모두 절제하는 위전절제술의 빈도가 1989∼1996년 18%에서 1997∼2001년에는 25%로 증가했다. 위를 모두 절제했다는 것은 암이 위의 하부가 아니라 상부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한국인 위암의 60∼75% 정도가 위하부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1997년~2001년에는 52.9%만이 위 하부에 발생한 암으로 나타났다. 위암의 양상이 하부위암보다 상부위암의 발생율이 더 높은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 이렇게 상부위암이 늘고 있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와 비만인구의 증가,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 역류질환의 증가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흡연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장암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2000년 8,648명이었던 연간 대장암 환자 수는 2007년에 2만558명으로 7년 새 2.4배나 증가했다. 발생 건수로는 2000년 당시 위암-폐암-간암에 이어 4위였으나 2007년에는 위암-갑상선-대장암-폐암 순으로 바뀌면서 2위로 올라섰다. 전문의들은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이 대장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다보면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담즙산 등 독성물질의 분비가 촉진돼 장 점막 세포가 손상을 입는 것이다. 담즙산은 대장 점막에 발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 용종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대장 용종이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조그만 혹같이 돌출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용종은 대장상피세포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육류나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가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용종의 70%를 차지하는 '선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대장암의 씨앗’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 무엇이 문제일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점차 서구화되는 한국인의 식생활은 다양한 소화기 질환을 유발시킨다. 하나의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합병증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인해 생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염이나 간경변, 심하면 간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육류 섭취가 늘어나고 식이섬유의 섭취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유발된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 치질로 발전하기도 한다.

식습관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도 위험요소다.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찌개, 국, 김치, 젓갈 등은 모두 염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소금의 섭취는 위 세포의 변형을 촉발해 위암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70%가 위암의 발암인자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다. 자율신경은 본인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없는 신경으로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은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위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듯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요인으로 위의 운동이 저하되어 소화불량증세가 생기는 경우를 쉽게 ‘신경성 위염’,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부르는데, 이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의 1/4 정도가 겪고 있다.

한편 스트레스는 설사나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호르몬이 나와 위액이 과다하게 분비되는데, 과다분비된 위액이 십이지장에서 미쳐 중화되기 중화되지 못한 채로 소장으로 오게 되면 소장 및 대장의 음식물을 빨리 내려보내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반대로 스트레스로 인해 장운동이 저해되면 변비도 생길 수 있다.

이렇듯 스트레스를 받은 후 변비 또는 설사를 번갈아 경험하는 것은 현대인의 약 10~15% 정도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두 질환 모두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화기 증상이 있을 때 그냥 참거나 자가진단으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국내 최초 소화기 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전국 성인남녀 1,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화기 증상이 있을 때 ‘그냥 참는다’는 사람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불량, 속쓰림,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있을 때 주로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참는다’가 46%로 1위, ‘약국을 방문한다’가 18%로 2위, ‘자가진단으로 약을 복용한다’가 12%로 3위, ‘병원을 방문한다’가 11%로 4위, ‘민간요법 이용’이 6.3%로 5위, ‘기타’가 6%로 6위로 조사된 것.

이렇듯 소화기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특히 위암의 경우 그 증상이 일반 소화불량 증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 자칫 병을 키우기 쉽다. 위암 및 대장암 등은 1기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는 만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움말=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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