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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리뷰] 우리가 사는 이야기, 연극 ‘장례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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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리뷰] 우리가 사는 이야기, 연극 ‘장례의기술’
현대인의 의사소통을 다뤄 공감대 형성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9.07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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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의 흔적을 씻겨낸 비오는 밤거리, 거리에 비친 도시 풍경을 만난다. 뚜렷하진 않지만 더욱 청롱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차 라이트 등 가히 장관이다. 삭막한 도시풍경이 아름다운 속내를 드러내며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씻기는 순간이다. 실체는 파생된 어떤 형상보다 못할 때가 있다. 연극 ‘장례의기술’은 어두운 도시의 삶을 부친의 장례식, ‘가족’을 통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투영하고 있다. 가족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담아내 공감을 충분히 끌어냈다.

 

-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의사소통을 만든다

 

극은 가족, 나아가 사회에서의 단절된 의사소통을 보여준다. 의사소통의 부재는 보이는 것만 믿는 사회를 만들고 상처니 아픔이니 하는 말은 뒷전으로 미룬다. 피상적 현실만을 믿다보면 세상은 각박해진다. 평가하고, 평가당하는 세상에 진심을 토로하는 의사소통이 무의미하다는 불신이 싹튼다. 이는 어긋난 관계를 만들고, 빗나간 의사소통을 진심이라고 믿는 혼란을 낳는다. 이 연극은 부친의 장례식장에 오랜만에 모인 무뚝뚝하고 거친 세 남매를 통해 혼란의 양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의사소통은 몹시 서툴고 미숙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게 여겨진다. 삶은 추호도 드러내기 싫은 것들 천지다. 우리는 치부를 감추고 살아간다. 인물들이 의사소통의 숨통이 트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부끄러운 상처를 드러내면서다. 연극 ‘장례의기술’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 현실과 비현실의 혼재

 

무대 위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소품은 마루와 텅 빈 공석의 널따란 영정사진과 소소로운 소품들뿐이다. 무대의 여백에는 정적이 흐른다. 사람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갈 만한 널따란 영정사진이 사인(死人)을 기다린다. 공허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이 공간에 대조적으로 발고 명랑한 ‘즐거운 나의 집’이 흐른다. 연극 ‘장례의기술’의 풍경이다. 무대는 실제 장례식장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내지만 음악은 명랑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물들 역시 장례식장을 찾아온 한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의 여인을 통해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 대조된 모습을 보인다. 영정사진의 사인(死人)도 마음껏 돌아다니며 말하고, 눕는 등 평범함에서의 탈피를 시도한다. 현실과 비현실이 혼재하며 자연스럽게 극 안에 녹아들었다. 

 

- 확장되지 못한 공간

 

아쉬운 것은 작품이 무대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무대 그 자체로 머물렀다는 것이다. 좋은 연극은 현실을 넘어 관객의 깊은 내면, 인류와 우주에까지도 닿는다. 관객이 연극을 보는 것도 현실의 반영을 넘어선 확장된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기 위함이자 그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일상에서의 공감은 잘 이끌어냈지만 좀 더 과감한 시도와 삶의 진실을 담은 유머가 더욱 필요하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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