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신상훈 사장 조기 퇴진 카드인가, 라응찬 회장까지 잘못될 경우에 대비한 '방어용 또는 응급용 카드'인가, 아니면 사장 직무정지에 따른 일시적 보완인사 차원인가.
신한금융지주(회장 라응찬)가 28일 이사회를 열고 직무정지중인 신상훈 사장을 대신할 사장 직무대행을 뽑기로 해 그 배경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금융지주에는 2명의 대표이사가 있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모두 대표이사로 등재 돼 있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이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해도 엄밀히 말하면 경영공백상태는 아니다.
게다가 현재 신한은챙측의 고소에 의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상훈 사장도 무혐의 판정을 받게 될 경우 직무정지상태가 풀리게 된다.
신한은행(행장 이백순)은 이달초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원에 대한 횡령 및 금강산 랜드에 대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혐의로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신 사장측은 줄곧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한금융지주가 서둘러 사장 직무대행을 뽑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관련, 금융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크게 2가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한금융지주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하나는 신 사장의 혐의가 조기에 입증돼 조만간 사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 중앙지검에서 담당하고 있는 신 사장 관련 조사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챙측이 신 사장을 고소한 지 불과 3일만에 금융조사 3부에 사건을 배정했을 정도로 지체없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신 사장에 대한 조사의 윤곽이 예상보다 빨리 드러나고 신한은행측 주장대로 신 사장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판단아래 서둘러 사장 직무대행을 뽑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신 사장과 더불어 라응찬 회장까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에 대비한 '사전 대비책' 또는 '응급용 카드'일 가능성이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라 회장의 경우 현재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와 과련해 금융감독원(원장 김종창)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금감원 조사에서 실명제 위반여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라 회장은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금감원은 라 회장 실명제건 조사를 국회 국정감사 이전에 조기에 끝낼 수 도 있다고 밝혀 신한지주측을 다급하게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신상훈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과정에서 문제의 15억원 횡령건과 관련해 세세한 내역이 밝혀질 경우 신 사장외에 다른 경영진이 다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수사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에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신 사장도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명나고 라 회장도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두 사람 모두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 사실상의 경영공백상태를 맞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신상훈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라 회장만 징계를 받을 경우 신 사장을 고소했던 신한지주측으로선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한 지주의 실질적인 1인자는 신상훈 사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측이 라 회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업무가 많아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업무를 보좌할 사장 직무대행을 뽑기로 했다는 주장에도 불구, 신 사장의 혐의가 입증되기도 전에 사장 직무대행을 서둘러 뽑기로 한 데 대해 금융권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이에따라 이번 선임될 사장 직무대행은 일단 신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나고 신 사장이 업무에 복귀하거나 그가 조기퇴진한 뒤 새 사장을 선임할 때 까지 잠정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라 회장의 지위에 이상이 생길 경우 후계구도를 마련해주는 징검다리 역할까지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사장 직대 선임과 관련해 일부 신상훈 사장측 지지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신 사장측은 "이번 사장직대 선출 시도는 신 사장 퇴진시나리오에 들어 있는 각본일 수 있다"며 경계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또 일부 일본주주와 노조원중 상당수도 사장직대 선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