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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눈부시게 빛나는 메밀꽃 아래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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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눈부시게 빛나는 메밀꽃 아래 ‘아가’
‘메밀꽃 필 무렵’ 무용으로 다시 태어나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9.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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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달이 슬며시 메밀꽃을 향해 미소 짓자, 새하얀 눈꽃송이가 넘실거린다. 그 아래로는 펄펄 날리는 눈꽃송이라도 된 양 휘청휘청 장돌뱅이가 지난다. 어지럽게 흐드러진 메밀꽃이 포스터의 절반을 차지하며 정겹고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한다. 그 위로 ‘아가’라는 글귀는 왠지 친숙하고 가냘프다. ‘아가’라는 단어는 마냥 보살펴줘야 하는 존재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서 아가는 아름다운 춤, 노래라는 뜻을 가졌다. 아름다운 춤과 노래가 귀에 들어와 박힌다.

 

달이 쏟아지는 밤에도 장돌뱅이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고달픈 그네들의 짐은 어깨 위에 짊어진 짐뿐만이 아니다. 세월과 함께 가신 줄 알았던 가슴 미어지는 사랑이자 내던지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장돌뱅이’ 그 운명과도 같은 삶이다. 우연히 길을 지나다 메밀꽃 본다면 으레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바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다. 정혜진 무용단은 관객에게 무용을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은 물론 한국의 전통과 연사를 계승하고자 한국문학을 춤으로 풀었다.

 

그의 이런 작업의 첫 발걸음이 지난 25일과 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으로 옮겨졌다. 손관중 안무가의 특별출연으로 더욱 관심이 쏠렸던 지난 공연은 연일 객석을 꽉꽉 메우며, 한국문학의 힘과 무용의 아름다움을 증명했다. 무대 위 펼쳐진 장돌뱅이의 삶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애달픔은 관객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운명을 저항할수록 깊게 빠져드는 장돌뱅이의 삶은 허망한 외침으로 무대를 떠다녔다. 가슴을 파고드는 사랑의 절절함에도 삶은 계속되고 장돌뱅이의 하루도 어김없이 흐른다.

 

그리움이 사무쳐 허생원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졌다. 그는 정작 그리운 임을 만나도 반갑게 포옹 한번 하지 못한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생원과 분이의 운명은 둘의 춤사위에서 그대로 재현되며 가벼운 스침도 허용치 않는다. 그들의 안타까운 군무를 전후로 힘이 넘치는 동이의 안무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닥파닥거리는 날생선과도 같은 그의 춤에는 강력한 에너지를 넘어 운명과 맞서려는 동이의 한이 서려 있다.

 

한국문학을 춤으로 옮긴 ‘아가’는 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무대가 더해져 환상의 공연을 자랑했다. 허생원과 분이의 사랑을 말없이 바라보던 야속한 달과 장돌뱅이로 살 수밖에 없던 허생원과 동이의 삶을 다독이는 흐드러진 메밀꽃밭까지, 소설 속 이미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무대 위로 옮겨왔다. 한국문학을 무용으로 재현한 정혜진 무용단은 ‘아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한국문학을 무용으로 재창조할 예정이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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