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김장철을 앞두고 여름배추가 동이 나자 '배추김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상FNF, 동원F&B,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김치시장을 주름잡는 대기업들도 내달 중순경 출하된 가을배추만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계약해놓은 배추 물량이 있어 다행이지만, 중소규모 김치업체들은 배추를 구할 수 없어 주문배송이 지연되고 있어 난리다.
배추김치 주문했다가 거절?
충청남도 당진의 이 모(남.28세)씨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김치가 떨어져 온라인으로 A사 배추김치 10kg(3만2천원 가량)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 씨는 29일 A사로부터 배추가격이 올라 배송이 지연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씨는 "배추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이제와서 배송할 수 없다고 하는데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여름배추(고냉지배추)를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배송지연 사실을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0월 중순부터 가을배추가 출하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안내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여름배추는 수분이 많아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 그나마 추석 전에는 어떻게든 포기김치가 배송될 수 있도록 물량을 맞췄는데,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는 배추값이 너무 뛰어서 난리다. CJ 등 대기업도 배추를 구하기 힘든 판국에 중소업체들은 가을배추만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10월 중순에 가을배추가 출하되면 그나마 배추김치 배송이 원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자사 뿐 아니라 김치를 판매하는 대기업들도 물량확보가 원활치 않아 일부 업체들은 추석연휴가 끝난 후 배송지연 안내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장철 김치전쟁 본격화될 듯
이마저도 가을배추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워 김치전쟁을 예고하고 있다.실제로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대상FNF는 배추, 무 등 김장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뛰자 김치값을 올릴 계획이다.
대상FNF 관계자는 "계약재배 물량이 있어 배추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가는 10월에는 김장재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포장김치 가격을 10~15% 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FNF의 종가집 김치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CJ제일제당 하선정 김치, 동원F&B 양반김치, 풀무원 김치 등이 10%대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도 김장재료 가격이 뛰면서 포장김치 가격을 10%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김치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이 넘는다.
가정용 시장이 약 2천200억 원, 학교급식 등 업무용 시장이 약 8천6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김장철에는 전체 포장김치 매출액의 20% 가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김치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배추 1포기는 1만1천600원에 팔리고 있다. 추석 직전(9천800원)에 비해 10여일 사이에 1천800원이나 급등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도 이날 배추값은 1포기에 6천45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축 물량이 동이 나 29일부터는 1포기당 1만1천500원으로 하루만에 2배 가까이로 올릴 예정이다.
배추 뿐만 아니라 김장 재료인 무와 대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무 1개는 3천650원, 대파 1단은 5천680원에 거래됐다. 추석 전에 비해 각각 21.6%, 26.7% 올랐고, 작년 이맘와 비교하면 3배 가량 오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