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키코 피해기업들이 지난 2월과 6월에 11개 시중은행을 사기혐의로 형사고발한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원장 김종창)으로부터 키코 관련 자료를 압수해간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성윤 부장검사)는 지난 25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금감원으로부터 키코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직접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았고 금감원의 협조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이 공조를 통해 자료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검찰이 '수색영장' 등의 강경한 대응을 보인 것은 검찰과 금감원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 금감원의 대응이 검찰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으로부터 '봐주기' 논란에 직면하자 뒤늦게 조사에 착수해 빈축을 샀다.
금감원은 조사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 "검찰이 라 회장에 대해 내사종결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지만 금융당국에는 통보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사안에 대해 금감원이 자료를 요청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검찰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그간 금감원의 회피식 태도에 못마땅하게 여겼고 키코관련 자료압수 역시 감정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의 강경모드에 금감원 역시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은행들의 부실판매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키코 관련 자료를 모두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공조형식을 취하는게 맞지만 '키코'가 워낙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압수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은행들이 키코 상품을 은행과 기업의 기대이익이 비슷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가입을 유도했다는 공대위 측의 주장에 따라 상품 설계나 판매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한편, 키코(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하락'을 기대하고 키코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되자 판매은행들을 상대로 수조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현재 180개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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