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온라인몰 쇼핑시 구매결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중 하나가 다른 소비자들이 올린 구매후기다.
상품 및 구매자를 직접 보지 못하는 온라인쇼핑몰의 특성상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앞선 구매자들의 상품평이나 구매후기에 의존해 구매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쇼핑몰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품평이나 구매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무단으로 삭제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심지어 악평을 남긴 소비자를 탈퇴시키거나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되레 소비자를 협박하는 사례마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가 인터넷 이용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후기를 작성한 644명 중 83명(12.9%)은 이용후기를 작성하고서도 글이 등록되지 않는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30명(4.7%)은 작성한 이용후기가 삭제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사례=1 서울 용산구의 김 모(남.37세)씨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인 D사에서 이불과 베개커버 등 13만원 상당의 침구류를 구입했다. 앞선 구매자들의 상품평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김 씨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배송된 제품을 살펴보니 구매당시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와 다소 차이가 났다. 베개커버의 경우 사이즈 문제로 환불을 요청했지만 사전에 공지된 사항이라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화가 난 김 씨가 제품구매부터 현재까지 겪은 일을 토대로 상품평을 작성했지만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
사례=2 인천시 학익동의 권 모(여. 30세)씨는 상품평 때문에 악플러로 취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인터넷쇼핑몰 P사에서 1만8천원에 전자계산기를 구입했지만 검은색 이물질이 묻어 있고 버튼 두 개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권 씨는 구매후기에 ‘고장 난 제품을 보낸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로 인해 권 씨는 구매후기 삭제는 물론 IP를 차단당해 사이트 접속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사례=3 구매에 앞서 상품평을 꼼꼼히 체크하는 천안시 쌍문동의 전 모(여.42세)씨는 온라인쇼핑몰 C사에서 ‘19인치 벽걸이 겸용’ TV를 구입했다.
하지만 배송 받은 TV에는 벽걸이로 사용할 수 있는 거치대가 없었다. 구매 전 ‘벽에 걸 수있어 런닝 머신을 탈때 좋았다’는 상품평을 본 터라 전 씨의 황당함은 더했다.
판매자에게 항의했지만 구성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전 씨의 과실을 주장했다. 의아한 생각에 구매당시 봤던 상품평을 확인하니 ‘거치대는 별도로 샀다’는 내용이 슬그머니 추가돼 있었다.
전 씨는 "판매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판매자와 관련 있는 사람이 작성한 글이 틀림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례=4 서울 망우동의 정 모(여. 31세)씨는 최근 인터넷쇼핑몰 V사에서 좋은 상품평을 보고 바지를 구매했다가 실망만 남겼다.
호평일색의 상품평 전체가 광고였음을 알게 된 것. 최초 사이즈 문제로 한 차례 제품을 교환했지만 오히려 하자있는 제품이 배송됐고 판매자에게 전화했지만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이에 정 씨는 상품평에 항의글을 남겼지만 이내 삭제돼버렸다.
정 씨는 “전화도 받지 않는 판매자가 게시글은 즉시 삭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화 달라는 글을 다시 한 번 썼지만 또 삭제될 뿐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IP를 차단당했고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성 전화까지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규정 없어 문제 생겨도 그만
대부분의 상품평 관련 피해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세 업체들의 경우 사회적 책임 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해 구매후기를 영업수단으로 활용하려드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이베이지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디엔샵 등 대기업 오픈마켓의 경우 상품평을 판매자가 아닌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심한 욕설이나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상품평의 경우 판매자의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타당성을 검토한 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문제는 현재 상품후기 및 상품평의 경우 관련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판매자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구매후기나 상품평을 판매자가 임의로 삭제하거나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딱히 재제를 가할 방법이 없다. 다만 판매자들이 양심껏 구매후기를 관리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상품평 조작을 통해 일시적인 매출증가효과를 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조작된 구매후기로 손해를 봐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발을 구를 뿐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