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은 사진기 앞에 앉았다. 엄마는 정말 기쁘다. 오늘 입은 꽃분홍 새 옷도 서울에서 온 딸이 사준 거다. 마냥 신이 난 엄마는 밤새도록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자랑한다. 딸이 둘 만의 사진을 찍자고 성화다. 엄마 얼굴에는 함박 미소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 시간 딸은 웃음을 삼킨다. ‘찰칵’ 소리가 나고, 딸은 이제 눈물을 감출 수 없다. 엄마는 모르지만 딸은 아는 진실, 딸에겐 죽음이 가까워 오고 있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극 초반부터 눈물을 흘리자고 달려든다. ‘엄마’앞에 ‘친정’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이미 먹먹해졌다. 아무런 스토리가 없어도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죽음’까지 가져왔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이에 눈물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것이 과제가 된 이 작품은 웃음소재를 곳곳에 배치해 눈물 스토리에 힘 더하기를 시도했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웅성웅성 소리가 난다. 이 연극의 내용을 생각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관객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어 무대 위 장사꾼이 던지는 사탕을 받으려고 애쓰고, 큰 아들의 얼토당토하지 않는 말에 직접 나무란다. 또한 대배우 강부자의 춤사위는 모두를 웃게 한다. 무대와 관객석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이다. 이 작품은 웃음소리를 통해 관객들의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눈물로 인해 침체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엔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 소리가 난다. 휴지와 손이 번갈아가며 얼굴을 매만진다. 무대 위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자식 관객들은 엄마의 사랑을 떠올리고, 엄마 관객들은 딸의 죽음에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을 공감한다. 엄마 역 배우 강부자의 연기는 관객들이 힘들만큼 사실적이었다. 공감되는 대사와 연기, 웃음이 어우러지며 울게하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오는 11월 12일까지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