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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고객 보험료로 태광산업에 '종자돈' 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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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고객 보험료로 태광산업에 '종자돈' 선심?
  • 김문수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0.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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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흥국생명과 태광산업간 수상쩍은 대규모 거래가 눈총을 받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현재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종로구 신문로1가 24층짜리 빌딩을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에서 사들였다.

24층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 집무실이 있어 `펜트하우스' 논란마저 일고 있는 이 빌딩의 매입가는 4천369억원이었다.

흥국생명은 이어 태광산업이 가지고 있던 흥국화재 주식 1천933만주를 지난해 12월 1천218억원에 사들였다.

한해 계열사로부터 무려 5천587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00년 태광산업에 팔았던 빌딩을 경영 정상화 후 다시 사들인 것"이라며 "흥국화재 지분 매입은 금융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이 같은 대규모 자산을  매입할 만큼 여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에서 신문로 빌딩을 사들인 당시인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352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당시 이 회사의 자산은 8조4천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2008년 말 터진 금융위기로 영업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때, 총 자산의 7% 가까운 돈을 계열사 빌딩과 주식을 사들인 데 쓴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방송사업 진출에 필요한 `종자돈'을 흥국생명이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흥국생명의 계열사 거래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은 보험사 자산의 특수성 때문이다.

고객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보험사의 자산은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자산에 투자돼야 한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흥국생명이 태광산업에서 주식을 사들일 당시 흥국화재는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자기자본금까지 다 까먹은 이른바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흥국생명이 주당 6천300원에 사들인 흥국화재 주가는 현재 5천700원대로 떨어져 대규모 투자손실을 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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