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고가의 LCD, LED, PDP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과거 브라운관 방식의 TV가 10년 넘게 써도 끄덕 없던 것과 달리 이들 제품은 잦은 고장을 일으켜 내구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이2~3년 안에 망가지는 바람에 제품가격과 맞먹는 수리비가 청구되는 경우가 빈번해 소비자들이 원성을 터뜨리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주요 가전업체의 TV제품에 대한 불만과 제보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초기 기술의 하자나 원가인하 경쟁에 따른 품질저하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CD·PDP 수명은 2년?"
부산 구서동의 김 모(여.42세)씨는 지난 8월 구입한지 2년 반 정도 된 삼성 파브 PDP TV를 보던 중 경악했다.
800만원에 구입한 TV가 오전에는 화면 위쪽이 검게 나오더니 오후가 되자 반대로 아래쪽 절반이 검게 변했기 때문.
벽걸이 TV였기에 충격이 가해질 일도 없었다.
김 씨는 "멀쩡한 TV가 2년 만에 65만원의 수리비용이 나왔다"며 "회사 측의 기술력 부재를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2월 서울 잠실본동의 김 모(여.33세)씨는 740만원에 구입한 삼성전자 LCD TV가 고장 나 20만원을 들여 수리를 받았다. 구입 1년 반 정도 됐을 때의 일이었다.
수리를 받았음에도 고장은 잇따라 두 번 연속으로 발생했고, 화가 치민 김 씨는 회사 측에 환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140만원의 감가상각비용을 안내할 뿐이었다.
LCD는 비단 TV 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니터 또한 말썽부리기는 마찬가지다.
경북 문경시 김 모(남.20세)씨는 지난 8월 2년 전 50여만원에 구입한 삼성 LCD 24인치 모니터가 고장 나 10만원의 비용을 내고 수리 받았다.
고가의 제품임에도 무상보증기간은 단 1년이며, 구입가의 20%에 달하는 수리비용이 청구된 것을 김 씨는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다.
"제품 자체의 문제…어쩔 수 없다"
서울시 상계동의 김 모(여.34세)씨는 최근 2007년 6월 150만원에 구입한 LG 엑스캔버스 42인치 LCD TV의 화면 한 가운데 빨간색 줄이 나타나는 하자를 발견했다.
김 씨는 빨간 줄이 가늘어 경미한 문제라 생각했지만 수리기사는 모듈을 교체해야 한다며 수리비로 30여만원이 든다고 안내했다.
구입 한지 2년 반 밖에 안 된 TV의 핵심 부품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고장 났다는 소리에 김 씨는 황당하기만 했다.
인천 작전동의 심 모(여.41세)씨도 "구입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TV의 화면이 나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조사인 LG전자 측의 점검결과 메인부품 고장이었다. 수리비는 13만원이 들었다.
심 씨는 "90만원에 구입한 LCD TV의 부품 내구성에 실망이 크다"고 탄식하며, "정수기도 아니고 LCD TV 산 죄로 2~3년에 한 번씩 관리비 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마산시 월영동의 차 모(여.33세)씨는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친정집에 선물한 고가의 LG PDP TV의 고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TV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방문한 수리기사는 부품이 없어 3일 뒤에나 수리가 가능하다며 12여만원의 비용을 안내했다.
차 씨는 "2년 밖에 안 된 제품의 고장에 항의하자 기사는 '제품자체의 문제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하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리비가 TV값의 3분의1?"
경기도 김포시의 유 모(남.40세)씨는 최근 4년 전 400만원에 구입한 소니 LCD TV의 패널 교체를 위해 108만원이나 하는 충격적인 수리비용을 물어야 했다.
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화면에 가로 줄이 생겨 보는 내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의 황 모(여.27세)씨도 잘 나오던 소니 LCD TV 화면이 때때로 노랗거나 흑백으로 변하는 고장을 고치기 위해선 100만원의 부품 교체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황 씨는 "10년은커녕 5년이라도 봤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천안시 신방동의 김 모(여.32세)씨는 지난 2월 화면에 가로, 세로줄이 생기는 등 화질불량을 고치기 위해 70여만원을 들여 패널을 교체했다.
2년 전 230여만원에 구입한 소니 LCD TV가 말썽을 부린 탓이었다.
그러나 40여일 후 TV는 다시 고장 나 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패널이 문제였다.
핵심 부품의 잇따른 고장에 김 씨는 더 이상 소니의 LCD TV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경남 통영시의 강 모(남.29세)씨 또한 3년 전 220여만원에 구입한 소니 LCD TV의 패널 고장으로 70만원의 수리비를 내야 했다.
김 씨와 강 씨는 "구입한지 불과 2~3년 밖에 안 된 TV의 수리비가 구입가의 3분의 1에 달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며 입 모았다.
"소비자 주머니 털어 테스트하나?"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고장도 문제지만 수리비용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비자는 제품값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수리비에 대해 "제조사들이 수명이 3년 밖에 안 되는 TV로 소비자 주머니 털어 품질 향상 테스트하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업체간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제품 단가를 낮춘 것이 소비자의 부담을 높인 원인이 도고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제조업체들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을 모듈화 했다. 부속 부품 하나의 고장에도 소비자는 관련 부품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수리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가 인하를 위해 핵심 부품에 값이 싼 소재와 부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고장을 공짜로 수리해주는 무상보증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1년 안에 고장이 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1년이 지난 뒤에는 유상 수리밖에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제품의 결함이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이면 충분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보증기간 내 동일부위 4회째 고장이 발생했을 때에만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
결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1년 뒤에는 고장난 TV를 자기 돈으로 수리할 각오를 하고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기업들 제품 사면 절대 안됩니다.
값 두 배를 주더라도 오래가는 제품 삽시다. 미래는 국민이 선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