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피임을 목적으로 정관수술을 받은 소비자는 2~3개월후 수술이 제대로 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술이 실패한 경우가 간혹 있는데도 애꿎은 아내만 의심하면서 부부관계가 파탄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의 임 모(남.42세)씨는 올해 초 A비뇨기과에서 정관수술을 받았다가 별안간 아내의 임신소식을 듣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임 씨의 경우 병원측에서 수술하고 2~3개월 뒤 정액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수술 이후 피임을 하지 않아도 아내가 임신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수술에 성공했던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 씨는 지난 8월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불륜인지 의심하게 되는 등 웃지못할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단순히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생리가 늦어진 줄 알고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다가 '임신'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고. 임 씨는 정관수술을 받았는데 아내의 임신 사실로 인해 서로를 의심하게 돼 부부관계가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임 씨는 "나이도 많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서 정관수술을 받으려고 웹서핑을 하던 중 A비뇨기과를 알게 됐다"며 "이후 아내와 관계를 가질 때 별 이상이 없어서 완벽하게 피임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임 씨는 특히 칼을 대지 않는 '무도정관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수술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수술대에 누웠는데 어떤 의사가 들어오더니 레이저가 아닌 칼로 음낭을 째고 수술을 했다는 것. 그렇다고 수술대를 박차고 나갈 수 없어 잠자코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 한번도 수술했던 의사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 씨는 "정액검사를 받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지만, 원천적으로 수술이 실패했기 때문에 나와 아내가 받은 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또 "법원 판례를 살펴보니 내가 불리하게 돼 있어 소송을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병원 측이 무성의하게 나온다"면서 "그렇다고 친구나 누구한테 툭 터놓고 얘기하기도 어려워 가슴앓이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비뇨기과 측은 정관수술을 받은 1천명 중 1명꼴로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학병원에서도 간혹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무엇보다도 정관수술을 받고 2~3개월 후에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가 나오는지 확진이 필요한데도 임 씨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비뇨기과 관계자는 "얼마 전에야 임 씨로부터 연락을 받고 정액검사를 했더니 정자가 소량 발견됐다"며 "임 씨에게 사과를 하고, 아내되는 분께도 연락을 취했으나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부관계가 안좋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집도의가 대학병원에서 하듯이 칼을 댄 모양인데, 이는 처음 설명했던 '무도정관수술'과 다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피임이 되는데 엉성하게 정관을 묶을 경우 실패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임 씨에게 설명하고 피해보상을 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답답해 했다.
한편 임 씨 외에도 정관수술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에는 아내의 임신을 불신해 회복되기 어려울만큼 부부관계가 악화됐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정관수술을 받고 2~3개월간 피임을 한 뒤 정액검사를 통해 수술 성공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