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된 것 처럼 보였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외환은행간 MOU 체결을 직후로 온갖 잡음이 무성해지고 있다.
채권단 전체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채 MOU가 체결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 하면 자금 출처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현대그룹의 인수에 반대해 오던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 1대 주주이며 인수 협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 29일 일정이 미뤄질 경우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지분매각 MOU를 체결했다.
그러자 제2주주인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일부 채권단이 현대그룹이 제시한 입찰액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의 나티시스은행 예금액 1조 2000억원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이 제출한 입찰서류에 중대 사항이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계약서를 검토해 자금조달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그룹이 다음달 6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며 “소명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주주협의회 주주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이러한 우려가 반영돼 이번 MOU에는 사후 ▲현대그룹 자금조달과 관련해 불법성이 없을 것 ▲나티시스 은행자금을 대출하는 데 현대건설 건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 ▲추가적인 해명 및 관련서류 제출 요청을 성실히 응할 것 등 세 가지 사항이 추가됐다.
일부 잡음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MOU 체결이 일정 대로 진행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외환은행이 나서서 계약을 서두른 것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밝힌 양해각서 내용만으로는 현대그룹 자금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애당초 조사할 의지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체결한 양해각서를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 외환은행의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번 MOU 체결에 대해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으며 대출계약서 등 채권단의 추가적인 증빙자료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29일 “MOU에 5영업일내와 추가 5영업일내에 대출계약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자금조달 증빙과 관련 합리적 범위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해명 및 증빙제출요구에 대해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