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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현대건설 포기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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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현대건설 포기 못하는 이유?
엠코 우회상장으로 자금 확보, 모비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 가능
  • 유성용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2.0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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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에 걸림돌이 되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와 지주회사 전환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현대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월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됐다. 예상 밖의 결과에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일찍 퇴근하는 등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 시장은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1조2천억원의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성격에 의문을 품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입찰규정을 어기고 근거 없는 의혹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 회장도 맞불을 놨다. 지난달 30일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미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주식매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인수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집안싸움'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 쉽사리 현대건설을 포기 않는 모습이다. 지난 3월 글로비스사건 관련 주주대표소송에서 700억원 자진배상으로 선고 이전에 미리 끝내고, 이 같은 불미스런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란 시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인수 후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와 합병을 하게 되면 정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접수할 수 있고 지분가치도 더욱 강화돼 후계구도 작업이 한층 탄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후계구도의 걸림돌인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정 부회장 수중에 돈이 필요한데 현대엠코를 현대건설을 통해 우회상장 시키게 되면 이를 해소할 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엠코의 최대주주는 25.06%의 지분을 보유한 정의선 부회장이다. 2대 주주는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로 24.9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9.99%, 정몽구 회장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31.88%의 지분을 가진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몽구 회장도 20.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지주사로 거론되는 모비스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이 6.96%에 불과하다는 것.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이 문제점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엠코를 지렛대 삼아 엠코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자연히 정 회장 부자의 그룹 지배력은 높아지게 된다.

우리투자증권의 '현대차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차, 글로비스 주식을 현대모비스에 현물 출자하면 추가 자금 투입 없이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현물 출자를 통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하면 두 사람의 지분이 27%로 늘고, 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영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지주회사 지분율이 49%까지 높아진다는 것.

정 회장 부자가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글로비스가 계열사 지분을 인수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거나 합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삼성증권 송준덕 강은표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오너 일가가 가진 지분이 낮다는 게 문제"라며 "정의선 부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오너 일가가 소유한 핵심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의 빠른 성장을 고려할 때 물류와 건설에서 내부 수요가 많다"며 "글로비스(물류)와 엠코(건설)의 사업영역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이며, 엠코의 최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변화로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회장 부자의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가 예기치 못한 암초로 삐끗한 가운데 끝까지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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