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거듭된 장애로 해지를 요청하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고장원인도 밝히지 못한 채 약정기간을 이유로 위약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는 동일한 장애에 대한 민원 접수가 3회 이상일 경우 남은 약정기간과 상관없이 위약금 없는 해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들은 민원 횟수와 상관없이 동일한 장애가 아님을 주장하거나 AS내역 자체를 누락시킨 후 위약금을 챙기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인터넷 접속 불량으로 총 4번의 민원을 제기했더라도 수리 내역이 장비교체 2회, 선로교체 2회일 경우 각기 다른 사안에 대한 2회의 동일하자만 인정되고 있는 것.
특히 사업자들의 불투명한 AS관리가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AS 횟수나 내역을 업체측이 단독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시할 수있는 반론이나 증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확한 장애진단은 커녕 자신의 AS내역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적 한계는 소비자가 감안해야?”
고양시 탄현동의 허 모(남.39세)씨는 최근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4년 약정으로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했으나 초기부터 수신불량으로 두 달 사이 4회 이상 AS를 받았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 측은 근본적 문제해결은 물론 매번 정확한 장애진단도 내리지 못한 체 임시방편으로 안테나 위치만 조정해줬다.
결국 허 씨는 정상적 사용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해지를 신청했지만 업체 측은 약정을 운운하며 위약금 28만원을 요구했다.
더욱이 천재지변 및 기상악화로 인한 수신 불량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약관을 통해 안내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굼벵이 인터넷, 장애원인 모르지만 칼 위약금
안양시 안양6동의 김 모(남.29세)씨는 지난 6월 티브로드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에 2년 약정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 속도가 10M로 굼벵이인데다 잦은 고생으로 불편을 겪었다. 불편을 호소하자 상담원은 100M 속도의 서비스로 변경하면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즉시 변경을 신청했다.
상품변경에 따라 요금이 오르고 약정기간도 갱신됐지만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에 가입한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 인터넷이 다시 굼벵이가 됐다.
답답한 마음에 AS를 신청하자 고 며칠 후 기사가 방문해 인터넷 속도를 측정하는 핑(Ping)테스트를 하자 놀랍게도 300~500ms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100M 급 속도의 인터넷은 10~20ms 수치가 나와야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AS기사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모뎀만 교체하고 돌아갔다. 이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고 김 씨는 3회 이상 AS를 받았다.
하지만 해결은 커녕 정확한 장애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화가 난 김 씨가 해지를 요청하자 회사 측은 오히려 위약금으로 맞섰다.
◆장애원인 모르지만 계속 사용해
개인사정상 올해 초부터 대전의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충북 청원군의 김 모(남.22세)씨는 지난 1월 27일 LG U+의 인터넷과 인터넷전화를 묶은 결합상품에 3년 약정 가입했다.
설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이 일시적으로 끊겼다가 다시 접속되는 등 주기적인 장애가 발생했다. 한 달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하다 결국 AS를 요청했다.
며칠 뒤 방문한 직원은 모뎀불량을 의심하며 새 모뎀으로 교체해줬다. 하지만 직원이 돌아가고 한 시간도 채 안 돼 또다시 동일한 장애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김 씨는 몇 차례 더 AS를 받아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반복되는 고장에 질린 김 씨가 해지를 요청하자 통신사 측은 해지는 어렵다며 한번만 더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다음날 직원이 방문해 컴퓨터 바이러스를 의심하며 치료했다.
이번에는 직원이 집을 나서기도 전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고 직원은 “2시간 동안 모니터링 하라”는 무책임만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화가 난 김 씨가 다음날 재차 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이번에는 케이블 선을 교체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케이블 선을 교체해도 문제가 지속됐고 김 씨가 청원군에 있는 집으로 이전 설치를 요구했지만 전입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마저 거절당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