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금융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어쩌면 금융정책당국과 대형 금융기관 고위직10여명이 한꺼번에 바뀔 수도 있는 근래 보기드문 초특급 인사태풍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내로라 하는 국내 핵심 금융당국과 기업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의 수장자리가 조만간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 되면서 정관계와 서울 여의도 및 명동 등 월가에서는 '각종 인사 하마평'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중책을 맡고 싶어하는 일부 인사는 다른 경쟁자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조작된 정보까지 흘리고 다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연말 금융가가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극도로 민감해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금융권 인사태풍은 새해 예산안 편성작업이 최종 확정되는 새해 1월 초 중순쯤 본격 불어닥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교체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리로는 기획재정부장관과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및 기업은행장 등이 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자리도 한자리 비어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들 수장자리에는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및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 이번 인사때 거물급 10여명이 한꺼번에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우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한때 교체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들어서는 '유임반 교체반'쪽으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줄곧 차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작 윤 의원은 이같은 개각 시나리에오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게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이에따라 향후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 여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부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처지는 좀 다르다. 교체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지만 차기 금융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고위 공직자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게 관가의 전언이다.
금융위원장이 바뀔 경우에 대비한 후보로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등 여러명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권 부위원장의 경우 현 정부들어 금융권에서 가장 득세한 TK(대구 경북)출신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지역 출신 인사가 금융계에 너무 많다는 지적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는 경북 출신의 김종창 원장도 마찬가지다. 경남출신인 신동규 회장도 처지는 비슷하다. 기획재정부 고위직 공무원 퇴임후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 요직을 연이어 거치고 있는 그에게 또다시 중책을 맡길 경우 영남 편중인사 시비에다 한사람이 너무 많은 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백용호 실장이나 최중경 수석이 금융위원장 자리에 내려올 경우 청와대 수석인사를 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백실장의 경우 한때 감사원장 후보로까지 거명됐던 터여서 향후 이들을 둘러싼 인사구도가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내년 3월이 임기지만 이번 인사때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큰 틀에서 인사를 하자면 특정자리의 임기 한두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금감원장이 바뀔 경우 감독원 업무를 가장 잘아는 내부 고위직 임원이 승진, 기용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부출신이 내려올 경우 감독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데다 정치바람까지 타게 돼 '감독 중립성'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교체도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원래 단임이 원칙이다. 게다가 윤 행장은 과거 참여정부때 임명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과 조준희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의외의 다른 인물이 내려올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기업은행 임직원들은 내부 승진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쪽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외국어대 출신인 조준희 씨가 행장이 될 경우 역시 같은 대학 출신인 윤용로 행장에 이어 연달아 특정대학(외국어대) 출신이 기업은행장 자리를 대물림하게 된 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G20 서울 회의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몫을 해낸 이창용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경우 금융통화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금융위 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역시 G20회의에서 활약이 컸던 신재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어떤 자리로 이동할 것인가도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인가도 첨예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팔성 회장의 임기가 다가오면서 새 회장 후보로 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등 현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명되고 있어 이 회장이 회장직 수성에 성공할 지도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금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