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을 호소했던 4세 아이가 응급실만 전전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간 환자 인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불상사였다. 특히 휴일에는 응급 의료 시스템이 더욱 불통이어서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환자들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병원에 담당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내원해야 그나마 예기치 않을 불상사를 줄일수있다.
7일 대구 달서구 조 모(남.33세)씨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월 21일 오후 3시께 조 씨의 4살난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뒹굴었다. 조 씨는 우선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 2곳에 연락했으나 휴일이라 소아과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북대학교병원에 전화해 문의하자 '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오후 5시40분께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조 씨는 아이의 병이 '장중첩'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장중첩은 창자가 인접한 창자 안으로 말려들어가 꼬이는 병으로 응급치료를 요하는 증상이다.
그러나 경북대 병원 측은 현재 병원이 파업중이어서 초음파검사를 할 수 없다며 조 씨에게 인근 개인병원을 찾아가도록 안내했다.
서둘러 인근 중소병원으로 아이를 옮겨 검사를 받은 결과 '장중첩'으로 판정났고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조 씨는 파업중인 경북대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대구시내 대학병원 응급실 2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결국 조 씨는 1시간 가량 차를 달려 경북 구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오후 7시가 넘은 상태였다. 조 씨 아이는 5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장파열 쇼크사였다.
경북대병원 측은 "응급센터로 내원했을 당시 파업 중인 상황이어서 본원의 초음파 전문의를 병원으로 응급 호출해 검사하는 것보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외과전문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시간적으로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조 씨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조 씨 아이가 앓았던 '장중첩증'은 소장이 유연한 유아기에 종종 생기는 병이다. 젤리 같은 점액성 변이 나오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하면 쉽게 확진할 수 있다. 항문을 통해 대장에 공기를 불어주거나 배를 열어 꼬인 창자를 풀어주면 된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창자가 꼬이면 피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신속하게 창자를 풀어줘야 뱃속에서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조 씨의 아이는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는 사이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결국 사망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원간 경쟁적인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곳에서는 병원간 협조가 어려운데 미국, 일본, 한국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각 지역에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라는 조직이 있으나 병원간 전원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에서 1339는 경북대병원에 위탁 운영되고 있는데 '파업'으로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 씨의 경우 경북대병원 응급실에서 1339로 연락을 취해 전원을 돕도록 해야 했지만 의사 개인이 인근 병원을 추천하고 말았다는 한계도 드러냈다.
응급의료계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1339의 운영을 위탁받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잘못도 있지만, 정부가 권역센터의 기능이 활성화될 수있도록 인센티브나 벌칙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