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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박도 허각도 없는 현대건설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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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박도 허각도 없는 현대건설 이벤트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12.0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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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대국민적 관심 속에 허각이 134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슈퍼스타K2 우승자가 됐다.

매너와 실력, 외모를 겸비하며 TOP11에 올라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존박이 아니었다.

환풍기 수리공 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허각의 과거사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려 몰표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세간의 관심은 오히려 존박에게 쏠려 있다. 방송에서 두 사람이 항상 함께하는 게 이를 반증한다. 허각의 노래 실력은 인정하지만 개성은 부족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재계에도 허각과 존박이 존재하는 모양새다.

현대건설 인수 오디션에 참여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경합이 그러하다.

"시너지, 경영능력 등 현대차그룹 앞서", "시장논리 고려한다면…현대차그룹이 유리", "자금력 없는 업체 인수 시 동반 부실화우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현 회장의 경영능력은 무난하나 자금력에선 의문부호를 던졌다.

당시 현대건설의 인수 예상가격은 주가 수준과 30% 정도의 경영 프리미엄을 고려해 3조5천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4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대차는 여유로웠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4조5천억원에 달했기 때문. 반면 현대그룹이 지닌 자금은 1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최소 2~3조원을 끌어와야 했다.

정책금융공사와 채권단은 금호 두산 STX 등 무리하게 대형 인수합병(M&A)를 추진한 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져 해체되거나 재무적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은 것을 감안, 현대건설 매각은 가격보다 경영능력 및 자금조달능력 등 사회경제적 책임을 더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내용물이 뻔히 보이는 인수후보자 냄비의 투명한 뚜껑을 여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는 현대그룹 차지가 됐다. 얼마지 않아 외환은행과 매각 MOU도 체결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TV광고 공세를 펼쳤다.  현대가의 적통성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했다.

외환은행과 이번 딜의 자문사 메릴린치 등에는 현대차보다 더 확실한 수익금을 제시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가 아닌 현대건설 주인이 될 경우 외환은행은 1천억원 이상 더 벌게 된다. 메릴린치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다.

인수전은 끝났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현 회장만을 비추지 못했다. 불빛 속에 정 회장이 발을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결과에 승복한 존박과는 다른 점이다.

시장의 분위기가 한몫했다.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대출금 1조2천억원이 시끄럽고 승자의 저주에 대한 걱정도 잇따랐다.

결국 인수전은 폭로와 맞고소라는 이전투구장이 돼 시즌2를 맞이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3일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가 아닌 무담보·무보증을 입증하는 대출확인서를 제출하며 문제를 덮으려 했다. 대출계약서 제출은 유례가 없는 무리한 요구하며 반박했다.

누가 봐도 수긍 못할 일이다. 시장의 의혹을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자존심 때문에 대출계약서를 공개 못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감정에 호소하는 선전전 또한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쯤 되면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된다.

덕분에 현대차에게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고 집착하게 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이 진흙탕 집안 싸움으로 전락하자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재벌계열사로 재 편입시킬 것이 아니라 포스코처럼 국민기업화하라는 요구까지 일고 있다.

올해 산업계 최고 이슈였던 현대건설 매각 이벤트는 허각도 존박도 배출하지 못한 채  막장 드라마처럼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점이 안타깝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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