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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노래로 군사독재 풍자한 연극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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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노래로 군사독재 풍자한 연극등장
  • 최영숙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4.05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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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거야~'

30대 이상이라면 주현미가 부른 이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흥얼거린 경험이 꽤 많을 것이다.

실연의 상처를 담고 있는 이 노래에서 모티브를 따 암울한 군부 독재 시대를 풍자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파티가 25일부터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선보이는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최치언 작ㆍ김동현 연출) 자신의 정체성을 검열 받는 삼류 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왜곡된 권력과 시스템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신랄하게 해부한 블랙 코미디다.

주인공 연두식은 한강에 대한 장시를 탈고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다가 국가 정보기관에 붙잡힌다.

정보기관은 노동운동을 하는 좌익분자 연두식과 그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혹독한 심문과 취조를 한다.

자신은 한낱 무명 시인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강변하던 연두식은 고문에 못이겨 끝내 좌익분자 연두식이라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톱가수 주현미를 동경하며 가명으로 활동하는 3류가수 '주현미'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매개인 이름에 얽힌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연두식은 연극배우 고(故) 추송웅의 아들이자 탤런트 추상미의 오빠인 추상록이 연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극을 쓴 최치언 작가가 지난해 무대에 오른 '연두식 사망사건'에 이어 같은 이름의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

시(1999년 동아일보)와 소설(2001년 세계일보)로 신춘문예 2관왕이 된 뒤 최근 활발한 극작 활동을 하고 있는 최치언 작가는 "'두식'이라는 이름은 다소 투박하고 무식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연'이라는 성과 결합하면 초록도 노랑도 아닌 연두색처럼 계산이 흐리고, 세상살이에 서투른 이미지가 풍긴다"면서 앞으로 연두식을 자신의 연극적 '페르소나'로 삼을 생각임을 내비쳤다.

또다른 주인공 주현미는 연극 '강철'과 '열하일기만보' 등에서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 극단 미추의 서이숙이 맡는다.

서이숙은 극 마지막에 실제로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멋들어지게 열창할 예정이다.

최치언 작가는 "요즘도 그렇지만 밤에 혼자 한강 다리를 걷는 것은 평범한 일은 아니다. 주현미씨 노래는 겉으로는 멜로의 탈을 쓰고 있지만 당시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 같다"면서 "연극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퍼즐처럼 짜맞춰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폭력성에 대해 돌아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대 손호성, 조명 김창기, 음악 김태근, 의상 이유선, 조연출 김현우 유림, 출연 추상록 서이숙 강일 오용택 백익남 등.
5월6일까지. 평일 7시30분, 토ㆍ일 4시ㆍ7시30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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