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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열풍'… 위스키ㆍ와인시장 집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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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열풍'… 위스키ㆍ와인시장 집어 삼킨다
  • 헤럴드경제 www.heraldbiz.com
  • 승인 2007.04.08 10: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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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열풍이 한창이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만 소비되던 사케가 최근들어서는 젊은 층으로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강남에는 사케 전문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도선공원 일대는 사케 전문점이 거의 점령하다 시피 했다. 젊은 술꾼들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는 사케 열풍을 진단해봤다.

한 사람은 대기업 임원, 옆에 앉은 사람은 은행권 부장. 카페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요즘 사케 자주 마시나?”(임원) - “사케?…그게 뭐지? 그거 정종아닌가요?”(부장) - “촌스럽긴, 정종이 뭐야, 사케! 사케!” - “대학 다닐 때 로바다야키같은 데서 먹은 히레 정종 말하냐는 거 아니나고요?”- “이 사람이~급이 달라, 급이.” - “추울 때 한두잔 하는 거지 정종이 무슨 열풍입니까. 누가 먹는다고”-“참~ 이 사람도 사케는 거의 열풍 수준이야”

막걸리 소주에 김치조각으로 안빈낙도하던 대한민국의 주당들이 위스키 코냑을 마시기 시작한 게 불과 20여년 전이다. 너도 나도 위스키를 마셔댔다. 위스키 소비 세계 1위를 차지할 때까지 너도 나도 10여년동안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독주를 마시고 또 마셨다.

그러다가 웰빙, 또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일부 계층이 프랑스 와인들을 홀짝 거리더니 금새 일반인들도 와인의 대열에 합류했다.

발음도 안되는 와인 이름을 줄줄이 꿰차야만 행세를 하는 세태가 된 것이다. 부드러운 맛과 품격, 그리고 우아함. 게다가 서구문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을 고려하면 와인열풍은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런데 요즘들어 왠 사케(일본식 정종)인가. 한잔에 2000~3000원도 아니고, 한병에 보통 7만~8만원씩 하는 고급 정종, 명절 때 음복으로 마셨던 백화수복과 사케는 과연 뭐가 다른 것일까.

#도산공원 일대를 점령한 사케 전문점

유행을 쫓기보다는 남보다 앞서 최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맛에 살아가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이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즐겨찾는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 인근. 커피 한 잔 값이 1만원은 족히 넘는, 세련되고 분위기있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어딜 봐도 럭셔리한 기운이 흐르는 이 곳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일본식 사케 전문주점.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한 무리의 여성, 혹은 매끈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남성들이 삼삼오오 그 곳으로 들어갔다. 50여평은 족히 넘을 공간 한 가운데 마련된 바와 주점 내부를 빙 둘러싸고 있는 좌석엔 좀 전에 봤던 부류의 ‘레이디스 & 젠틀맨’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여기 어때~. 네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우리끼리 ‘개발’한 곳이야” 한 여성이 자랑스럽게 주점의 내부를 둘러보며 오랜만에 만난 듯한 친구에게 말을 건냈다. “흠…. 괜찮은 것 같은데 일단 사케 한 잔 마셔보고~” 받는 억양이 꽤 깐깐하다.

다른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자 얼핏봐도 아르마니 수트에 불가리 넥타이를 걸친 남성이 적지 않았고, 구치 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여성도 다수였다.

샹송이 흐르는 주점 안에서 40여명의 주당들이 작은 도자기 잔에 담긴 사케를 홀짝 홀짝 마시면서 샹송의 선율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지켜보기를 두 시간. 주점 손님의 3분의 2가 ‘물갈이’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이미 빠져 나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강남북을 연결한 사케벨트

‘사케 열풍’의 현장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외국산 주종(酒種)이 ‘위스키→코냑’에 이어 와인으로 도달했는데, 몇 해 지나지 않아 사케는 ‘와인열풍’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다. 주동자들은 30~40대 전문직 종사자와 유학파 신세대들.

이미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에 이들을 위한 사케 전문바만 어림잡아 10여 군데에 달하며, 강북의 내로라 하는 호텔 안에 있는 사케바까지 엮으면 강남북을 가로지르는 ‘사케벨트’가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 ‘오뎅바’에서 파는 사케의 가격은 한 잔에 5000~6000원선인 반면 ‘사케벨트’ 안에서의 사케 가격은 보급형이 7만원선(700㎖). 소주값의 10배, 만만찮은 가격인데도 유명 사케바에선 하루에 50병 넘게 팔려 나간다. 최고급 사케는 50만원도 넘지만, 이를 구하려고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는 마니아도 있다.

#사케열풍의 진앙지는 미국과 유럽

이런 사케 열풍의 진앙지는 어디일까. 로바다야키나 이자카야 등 일본식 선술집이 10여년 전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날 때만 해도 사케는 주목받지 못했다. 국민주(酒)인 소주에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했고, 세대를 막론하고 음복을 위해 제삿상에 오르는 정종과 다를 바 없다며 쳐다도 보지 않던 그런 술이었다.

사케의 선전은 뜻밖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그것도 10여년전부터 그 조짐이 보이기 포착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와 같은 술이지만 구미 지역에선 일본 음식은 비싸고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런 음식과 함께 먹는 ‘사케=고급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류층으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와인과 위스키의 소비층은 여전히 굳건했지만, 동양문화에 매료된 일부 상류층은 와인 대신 사케를 선택하며 그들만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런 이유로 사케의 미주지역 매출 신장세는 2003년 30%, 2004년 24%로 괄목할 만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활약상은 사케열풍에 기름을 끼얹었다.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화이트 와인 대신 사케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사케 열풍에 불을 당겼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2005년 3월 6일자에 사케로 인해 대일 무역 역조현상이 우려된다는 기사를 게재한 게 과장은 아니었다.

#해외유학파들이 퍼트린 사케문화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이런 트렌드를 놓칠리 없었다. 해외에서 접한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커피 전문점을 한국에서 찾는 것을 선호하며 최신 유행은 스펀지처럼 흡수하려는 유학생들은 사케에도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미국발(發) 사케 열풍이 조만간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인 셈이었다. 사케바 오가네주방의 박석근 수석요리사는 “우리집을 찾는 손님의 20%는 유학파들이고 나머지는 유학파를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라며 “사케가 마음에 들어 찾는 사람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를 즐기려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권영민(여ㆍ33ㆍ인테리어 업체 디자인팀장)씨는 “트렌드를 따라 와인집도 많이 갔었는데 유학을 갔다온 친구와 함께 사케를 마셔보니 목에서 부딪히는 느낌이 없어서 좋아 와인보다 사케를 찾는다”고 말했다.

#안주문화가 사케 열풍 견인

사케가 와인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한국인의 입맛과 달라진 국내의 음주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와인과 달리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안주도 치즈가 아닌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일본 음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석근 수석요리사는 “사케의 맛에 따라 그에 맞는 안주를 내놓는다”며 “구운 것, 찐 것, 삭힌 것까지 다양한 음식으로 사케의 맛을 돋우워 준다”고 했다. 한 달에 3~4번은 사케를 마신다는 한상욱(38ㆍ치과의사)씨는 “간단한 스낵류와 먹는 와인과 달리 사케는 일식 요리와 함께 먹으니 오랜 시간 즐기면서 배를 채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술 제조 과정에서의 정성과 품격도 와인에 뒤지지 않는다. 와인이 포도의 질, 숙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사케도 주원료인 쌀을 어느 정도 가공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어서 술 자체에서 장인정신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최근 도수가 낮은 술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가 겹쳐지면서 알코올 도수가 15도 안팎인 사케는 와인과 일대 접전을 펼칠 수 있게 된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오가네주방의 이용진 사장은 “30대 중반의 전문직이 사케 열풍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사케가 와인을 능가하는 고급술로 통하고 있는데 점차 한국의 사케 마니아의 연령층도 폭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요즘 사람들은 술 자체 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와인보다 사케의 잠재력은 크다”며 “외국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전문직과 유학파들이 와인열풍을 만든 것처럼, 사케열풍도 한동한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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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2008-11-25 08:59:31
남의 신문기사를 퍼와 놓고선
다른 신문사 기사인데 왜 이 기사의 저작권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