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 쌍끌이 전략을 펼치면서 이 분야 리딩기업인 SK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 타깃 상품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 모두 SK그룹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K그룹으로선 주력 제품의 가격 인하로 손익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인하 전략을 정부와 직접 협상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어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유와 통신은 SK그룹의 양대 사업 축이다.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작년 43조8천636억원, SK텔레콤이 12조4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회사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에 밀려 기름값과 통신비를 인하하면 그만큼 그룹 살림에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대놓고 반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각 분야 시장점유율은 SK이노베이션이 35.9%, SK텔레콤은 약 50%로 각각 1위 사업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의 협상도 SK그룹이 창구가 될 수밖에 없다. 기름값 인하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 측이 지식경제부와 직접 담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기대를 채워주면서 후발 기업들과의 조율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아 수개월간 진통을 겪기도 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7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L당 100원씩 내린 상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정유사들의 담합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같은 수준의 비용이라면 정부의 철퇴를 맞는 것보다 자발적인 기름값 인하를 통해 기업이미지 제고 등의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던 것이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의 이번의 가격인하조치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조치로 2천500억원~3천억원의 손해를 예상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영업이익이 9천835억이었음을 감안할 때, 3개월 동안 입게 될 손실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해외 수요가 늘어나 국내 손실분을 상당 부분 수출로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기름값 인하 여파가 통신비 인하 부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
정부는 이번의 기름값 인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앞장서 준 덕에 수월히 진행된 것을 염두에 두고 통신비 문제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총대를 메주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통신비는 기름값과는 요금정산구조 자체가 달라 SK텔레콤으로서는 더욱 부담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때에 따라 등락폭이 큰 기름값과는 달리 통신비는 사실상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기름값은 내렸는데 통신비는 왜 내리지 않느냐고 압박하는 것은 현실 상황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한숨쉬었다.[마이경제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