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삼성가 3세들이 회사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방식이 모두 달라 새삼 주목된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쿨하게 사과했다. 조용한 성품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소비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13일 신라호텔에서 한복을 입고 들어오다 제지당한 소비자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로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이 사장의 즉각적인 사과는이례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복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혜순씨가 지난 12일 저녁 신라호텔의 한 뷔페식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 불거졌다. 이 씨는 출입구에서 '한복 의상은 곤란하다'며 제지당했다. 이 매장의 지배인은 "한복 옷자락에 다른 고객이 걸려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출입 통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는 평소 한복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터라 우리나라 특급호텔에서 전통의상인 한복을 제한한다는 사실에 황당해했다. 지인에게 하소연했던 내용은 트위터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를 접한 트위터리언들도 "한식 세계화를 운운하면서 우리나라 대표 호텔에서 한복을 입지 말라는게 말이 되냐"고 발끈했다.
비난의 화살은 신라호텔을 강타했다. 13일 내내 '정말 한복을 입으면 레스토랑에 들어갈 수 없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치파오(중국), 기모노(일본) 등 타국의 정통의상은 되고 한복을 입은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는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사장은 직접 이 디자이너를 만나 사과하고, 이날 저녁부터 매장내 한복제한 조치를 풀었다.
정 부회장은 쿨한 사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신세계 계열 이마트 일부 점포에서 가짜 한우를 판매하다 적발된 것에 대해 "쇠고기 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정 부회장은 한 소비자가 트위터를 통해 이마트의 쇠고기 원산지 둔갑 판매에 대해 질의하자 "가짜 한우 판매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서 "고의로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매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점포는 작업자의 실수로 라벨을 뒤바뀐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번 실수를 계기로 작업장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10개 소형점포에서 한우를 별도로 작업, 섞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대응책까지 내놓았다.
이재현 회장은 일을 조용하게 처리하는 스타일.
지난 2006년 6월 서울 경기도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으로 CJ그룹의 계열사였던 급식업체가 지목됐다.
해외출장 중이던 이 회장은 귀국 후 다음날부터 급식사고가 발생한 학교를 직접 돌며 사과했다. 이 회장은 당시 해외 출장중이어서 사건 발생 일주일만에 귀국했다. 사태가 심각했던 터라 이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선 사과 후 대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급한 대외 발표를 자제하고 학교를 돌며 조용히 사과했다. 이후 CJ는 단체급식에서 아예 손을 떼버리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