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25년만에 야심작 '신라면 블랙'을 내놓고 농심의 앞으로 25년 먹거리 준비에 나섰다.
'신라면 블랙'은 올해로 25세가 된 '신라면'의 뒤를 이어 농심의 앞으로 25년을 걸머지고 갈 제2의 간판 상품. 회사의 운명을 가를 신제품이기에 신 회장이 개발에서 출시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품의 가격은 개당 1320원으로 기존의 '신라면'이 개당 584원인 것과 견줘 약 2.3배에 달한다. 단순히 이 같은 값만 들먹이며 사방에서 몰매를 퍼붓고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 앞날을 내다보고 출시했는데 정부와 경쟁업체,언론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한 편법이라며 공격하고 나서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제품은 올해들어 밀가루,스프의 원료인 농수산물, 포장재등 원부자재 값이 폭등해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기획.개발돼 온 상품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기존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가운데 어느 것을 사먹느냐는 소비자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편법 가격 인상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신라면은 1986년 10월15일 출시된 이후 연간 8억개(봉지라면)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지금까지 200억 봉지가 팔린 셈이다. 이는 면발로 지구 둘레를 돌리면 998바퀴를 돌 정도다. 농심은 25년만에 원두커피 반잔 값도 안되는 야심작을 내놓고 몰매를 맞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 "매일 신라면블랙 2그릇 뚝딱"
지난 13일 신 회장의 저녁 상 메뉴는 '신라면블랙'이었다. 신회장은 올해 81세. 라면과 덜 어울릴 나이지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신라면블랙'을 즐겨 찾는다. 그 만큼 심혈을 기울인 이 제품에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신라면블랙'이라는 제품명도 신 회장의 작품. 일반적으로 프리미엄급의 종결자로 '블랙라벨'이 사용되는 것에 착안했다. 신 회장은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 뿐 아니라 앞서 선보인 '둥지냉면' '뚝배기' '후루룩국수' 등의 신제품 네이밍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라면블랙은 또 이번에 절묘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데도 성공했다. 농심은 15일 '신라면블랙' 출시 일주일 전 신문광고를 통해 신제품 출시계획을 알렸다.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으로 우골을 듬뿍 함유해 원기회복에 좋은 우골보양식사를 내놓는다는 것. 라면에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다고 선언해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한껏 유발시켰다.
현재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률은 무려 70%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신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해외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고기를 뺏지만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유지한 '신라면'으로 이슬람 시장에까지 뛰어들었다. 내달부터는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을 앞세운 쌍끌이 작전으로 '한류의 중심'에 선다는 전략이다.
◇ 디자인, 맛, 네이밍, 마케팅에도 모두 관여
박수현 농심 R&BD 총괄 전무는 신제품에 대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무는 “'신라면 블랙'의 핵심은 라면이 보양식사라는 가치를 정립하고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실현하는 데 있다”며 “전통 보양식사인 우골 설렁탕으로 영양을 강화하고 영양 3대 요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균형을 62대28대10로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신제품에 들어간 우골분말은 호주 청정우의 99%사골이다.
농심은 앞으로 신라면블랙이 한끼 식사로 충분한 우골보양식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며 정면돌파를 할 예정이다.
실제 '신라면블랙'은 농심 면CM팀이 2008년부터 3년간 연구개발 끝에 제품화됐다. 회사 측은 갈수록 라면수요가 줄어들자 건강과 영양에 포커스를 맞춰 프리미엄급 라면 개발에 정성을 쏟아왔다.
회사의 미래를 걸머 질 대형 신제품인 만큼 이형춘 면CM팀 부장과 '신라면블랙'의 브랜드매니저(BM)인 임영국 과장은 매일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홍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맞는 오는 10월까지 자사의 '이심전심 블로그'를 재구성해 온라인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형춘 부장은 "'씽크뱅크'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아이폰 디자인과 기능설정등에 다 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님은 한국의 스티브잡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회장님이 관여한 제품은 뜬다. 한번 필이 꽂히시면 하루 2~3번 라면을 먹고 다른 모든 일정 거두고 제품명, 디자인 등에 몰두한다. 다른 회장님들과 다르다"고 신 회장의 근황을 전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