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순위 34위 중견 건설사 삼부토건(회장 조남욱)이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삼부토건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부토건이 6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국내건설업 면허 1호 업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새삼 삼부토건이 지나온 발자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창업주 3형제가 설립…반세기 넘은 '형제경영'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 1948년 故조정구 총회장과 창구, 경구씨 등 3형제가 설립한 종합건설업체로, 1965년 국내 건설업 사상 건설면허(토목건축공사업)를 가장 먼저 취득한 역사 깊은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사명인 삼부(三扶)는 '부여 출신의 삼형제'가 만들었다는 의미로, 삼부토건은 이러한 창업주들의 뜻을 이어 받아 60여년간 오너들이 경영해 온 대표적인 '형제경영' 케이스로 꼽힌다.
보수적인 가풍으로 인해 재계 오너 형제들이 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삼부토건은 장남인 조남욱 회장을 중심으로 큰 마찰 없이 돌아가고 있다. 엄격한 유교집안인 까닭에 조 회장이 회사일은 물론 집안일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 실제로 조 회장은 지금도 10대 선조들의 제사까지 챙길 정도로 유교적인 전통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삼부토건은 조 총회장의 장남 조남욱 회장과 그의 동생 조남원 부회장, 전문경영인 김명조 사장, 정해길 부사장 등 4명이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 전성기 1960~70년대엔 '건설종가' 현대건설과 어깨 나란히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삼부토건'은 다소 생소한 기업일 수 있지만 지난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삼부토건은 현대건설 등과 함께 국내 도급순위 빅3안에 들었던 그야말로 '힘 있는' 건설사였다.
삼부토건이 초창기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1951년 해군본부의 해군병원 수리공사를 맡은 3개 건설사 중 삼부토건만이 공사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면서부터다. 이때 군당국으로부터 신뢰를 쌓아 1951년 한해 동안 경남 진해에서 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
또 개발 낙후지역이었던 제주도 기간산업에 대한 단호한 공사결정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징 때문에 장비, 자재, 인부 등의 조달이 어려웠는데,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공사에 대한 건설단가가 내륙과 동일하게 책정됐던 것. 그러나 당시 삼부토건의 수장을 맡고 있던 조 총회장은 제주도 개발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고, 제주도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40㎞거리의 제주~서귀포 횡단도로가 이 때 만들어 졌다.
이후 삼부토건은 경부고속도로, 포항만, 안동댐, 양화대교 등 국내 각종 공사에 참여하며 국내 1호 건설사의 면면을 뽐냈다. 1960년대 후반에는 경부고속도로 충북 옥산~현도구간 공사와 경인고속도로 건설사업도 맡았다. 경인고속도로 착공당시 시공업체가 따로 있었지만 정부가 공기단축을 위해 당시 도급순위 1~3위였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부토건을 공사에 참여시켰던 것.
이어 1970년대 들어서는 잠실개발사업에도 참여했다. 또 1980년대에는 경주 도뀨호텔(현 콩코드호텔)을 인수했고, 서울 강남 역삼동에 라마다르네상스호텔(현 르네상스 서울호텔)을 건축했다.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은 88서울올림픽 개최 70여일 전에 준공돼 오픈 초기 불과 6개월만에 약 19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건설업계에 활발하게 진행됐던 해외진출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부침을 거듭, 시공능력평가순위 34위까지 밀려났다. 현재 삼부토건은 르네상스 서울호텔, 삼부건설공업㈜, 경주 콩코드호텔, ㈜여의상사, 삼부스포츠프라자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 부채비율·유동비율 안정적…법정관리 신청 왜?
지난달 31일 현재 삼부토건의 지분구조는 조남욱 회장이 8.18%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그의 남동생인 조남원, 조남립 사장이 각각 3.60%, 1.78%를 보유하고 있다. 여동생인 조옥주(1.34%), 조정자(1.36%), 조남미(1.13%), 조남숙(1.08%)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24.66%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액 8천374억원과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2009년보다 각각 3.07%, 72.1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1억5천만원으로 2009년보다 44.13% 감소하긴 했지만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현재 삼부토건의 자기자본비율은 33.08%, 부채비율은 202.7%다. 일반적으로 자기자본비율 40%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인 기업을 안전하다고 평가하는데, 삼부토건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인 것.
삼부토건은 유동비율(125.98%) 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런 까닭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삼부토건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두고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1.20%, 자산이익률(ROA)은 0.39%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삼부토건과 대주단은 법정관리 철회 실마리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 연장을 놓고 재협상중이다. 대주단은 사업 파트너사인 동양건설산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부토건 측은 파트너사 연대보증까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