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단말기 판매를 맡은 한 인터넷업체가 대기업을 사칭해 영업망을 키운 후,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은 물론 제휴사까지 부도처리 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 업체는 카드단말기 제조업체와 제휴를 맺고 영업 및 기기 설치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소리 소문없이 회사를 부도 처리하고 잠적해 버려 가입자와 제휴사등이 수천만원의 피해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더우기 이 업체는 버젓이 'KT 자회사'라 표기한 명함에다 명찰과 작업복까지 차려 입는 등의 대범한 눈속임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아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
20일 경기 장암동에서 학원을 운영중인 장 모(남.45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경 카드단말기 영업사원과 처음 만났다. KT자회사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업사원이 건넨 명함에는 KT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당시 영업사원은 신한 하이세이브카드 포인트로 80만원 상당의 카드단말기를 분납 결제하면 3년간 매달 인터넷비용 2만5천원을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단말기 회사와의 위약금 문제 역시 법무팀에서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 자회사라는 말을 믿은 장 씨는 망설임없이 계약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올 1월부터 무슨 일인지 인터넷 비용이 입금되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영업점 연락처로 수차례 전화 문의를 해봐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입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장 씨는 계약 해지를 위해 카드단말기 본사 직원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KT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였던 것.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최 모(남.49세)씨도 장 씨처럼 KT 사칭에 깜빡 속았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서울, 경기 등 피해가 확인된 사람들만 5명”이라며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러 온 직원이 KT 작업복을 입고 명찰도 달고 있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단말기 제조사 S사 관계자는 “자사는 제조만 했을 뿐 기기 설치 부분은 제휴사인 C사가 전담해 KT자회사 사칭 문제를 알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요금 지원도 C사가 책임지고 있던 부분”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문제의 업체가 부도를 내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본사에서 오롯이 소비자 피해 문제를 감당하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제조업체인 S사는 C가 방치한 인터넷요금 지원 중단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휴대폰 요금제 할인권' 또는 '가전제품 할인권'으로 대체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C사에 대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이번 C사가 잠적하면서 위약금과 AS를 전담했던 제휴업체 M사 역시 부도처리 됐으며 본사 및 각 대리점의 피해규모만 적게는 2천~3천만 많게는 5천~6천만에 달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 씨는 “다행히 위약금 문제는 이미 처리가 되어 계약대로만 이행한다면 카드단말기를 계속 쓸 의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강력히 계약 해지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전문법률사무소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에 따르면, “계약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1차적으로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며 “만약 계약 해지 위약금 대납을 운운하면 KT를 사칭한 C사는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KT에 이 사실을 알려 피해를 유발한 C사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