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가입자 시대를 열며 연일 치솟는 스마트폰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들의 미진한 사후 관리로 인한 이용자들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OS)의 업그레이드 지원 등과 관련해 일부 업체들이 늑장 대응이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용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것.
스마트폰 OS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운영 체제의 버그 개선은 물론 프로그램 속도향상, 추가적인 인터페이스 제공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최신 버젼 OS 업그레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체들은 '구글 인증 지연', '소량 판매로 인한 지원 불가', '기기별 특성'이라는 다양한 이유를 들며 이용자들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어 불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모토로라, 모토글램 ‘프로요’ 업그레이드 말바꾸기?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최신 버전인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2.3) 탑재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요 업그레이드조차 슬그머니 미루고 있는 업체가 있어 소비자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충남 연기군 남면에 사는 박 모(남. 28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해 11월 모토로라에서 생산한 모토글램(XT800W)을 구입한 후 오랜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다.
박 씨는 제품 구입 두달전 모토로라 코리아 측이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밝힌 '모토글램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올해 3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내용을 철썩같이 믿고 모토글램을 구입했다.
올 들어 혹시나 오늘일까 하는 마음에 수시로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업데이트 날짜를 확인하기 시작했지만 3월이 넘도록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3월 10일 모토로라 코리아 홈페이지의 새로운 공지 하나가 떠올라 기쁜 마음에 서둘러 창을 열어본 박 씨의 얼굴은 금새 실망으로 가득찼다.
새로운 공지에는 예정보다 일정이 늦춰져 4월 중으로 업그레이드 시기를 늦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21일 현재까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 박 씨는 또다시 약속이 깨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쌓여 있다.
박 씨는 “업체가 정확한 날짜도 아닌 1분기, 4월중 이런 애매한 표현으로 사용자들의 속만 태우고 있다”며 “상당수의 스마트폰이 프로요는 물론 차기 버전 탑재까지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일정을 미루고만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토로라 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인증 과정에서 일부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어도비 플래시 등 일부 추가적인 기능을 시험하는 과정 때문에 일정이 늦춰지게 됐다”며 “구글 승인과 추가 기능 테스트가 막바지 단계인 만큼 4월 말 업그레이드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 스마트볼, 판매량 적어 업그레이드 못해줘!
제품 구입자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초기 스마트폰 운영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손을 뗀 업체도 있다.
안산시 원곡동에 사는 지 모(남.17세)씨는 KT테크의 스마트폰 데뷔작 ‘스마트볼(ev-s110)’을 구입한 후 휴대폰을 쳐다 볼 때마다 힘이 빠진다. KT 테크가 OS 업그레이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당연한 요구를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 KT테크가 이클레어(안드로이드 2.1)를 탑재한 스마트볼을 출시했을 당시 상당수의 타사 스마트폰이 프로요(안드로이드 2.2)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시기였다.
지 씨는 스마트볼을 구입하며 프로요 업데이트가 가능 여부를 판매자에게 물었고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고 기기를 구입했다.
이후 타사의 기기들이 하나 둘 업데이트를 시작했지만 업체에서는 아무런 공식 입장이 없더니 올해 1월 말 불길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KT 테크가 구매자가 소수라는 이유로 스마트볼 프로요 업데이트를 결국 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놀란 지 씨가 고객센터 측으로 이메일로 문의해 돌아온 답변은 기가 막혔다. '사용하는 ev-s110 모델에서는 프로요나 진저브레드로의 OS 업그레이드는 계획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 씨는 “분명 프로요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안된다고 하니 날 벼락을 맞은 느낌”이라며 “팔면 끝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업체 측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테크 관계자는 “스마트볼은 KT 테크 자체 생산품이 아니라 외부 업체와 공동으로 제작한 기기”라며 “때문에 소량 생산했고 판매량도 무척 낮아 OS 업그레이드 등을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최신' 모델인데 업그레이드에선 제외?
시리즈 제품 중 일부 기기에만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도 들려온다. 업그레이드 불가 결정이 내려진 제품이 상대적으로 최신 제품이라 해당 기기 구매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서울시 구산동에 사는 서 모(남.30세)씨는 지난해 11월 소니에릭슨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0 MINI를 구입했다가 업체 측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서 씨는 최근 인터넷 서핑 중 소니에릭슨이 올해 하반기 엑스페리아 X-10에 대해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뻤다. 소니에릭슨이 그동안 X-10 시리즈에 대해 출시 당시 OS 버전인 싱클레어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못밖아 왔기 때문.
천천히 관련 내용을 살펴보던 서 씨의 표정은 점차 어두웠졌다. 서 씨가 사용하는 X10 MINI는 물론 X10 MINI PRO, X8 제품에 대해선 프로요나 진저브레드 업그레이는 없다고 밝힌 것.
특히 서 씨를 화나게 했던 것은 업그레이드를 약속한 X10에 비해 자신의 기기가 4개월 가량 늦게 출시된 제품이라는 점이다.
서 씨는 “시리즈 모델 중 어떤 제품은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어떤 것은 안된다니 소비자들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 더군다나 내가 쓰는 기기가 나중에 출시된 것”이라며 “프로요도 아니고 출시당시 버전인 싱클레어를 계속 쓰라고 하니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X10에 한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전 모델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니에릭슨 관계자는 “최신 제품의 경우 모두 진저브레드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X10에도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라며 “예외적인 재원이 투입된 것이라 타 기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