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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법인카드 비리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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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법인카드 비리 요지경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6.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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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지인들과 점심을 먹다가 마침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공공기관 직원들이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펑펑 긁었다는 뉴스가 화제에 올랐다.

 

다들 한마디로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한 것이 어떤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지인들이 전하는 법인카드 유용사례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가장 심각한 유용은 카드깡.

 

카드로 상품권을 왕창 산 뒤 그걸 ‘암시장’(상품권 할인시장)에 팔아 현금화 한다는 것.

 

단골로 가는 식당이나 판매업소와 짜고 물품 대금을 과다 결제한뒤 차액을 환급받는 방법은 이미 고전이 됐다고.

 

힘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뒤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법인카드를 상납하는 것도 이미 오래묵은 상투수법.

 

공공기관에 근무했던 지인 한사람이 들려준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직원 한사람이 법인카드 유용으로 감사에 적발됐는데 그의 수법이 기상천외했다.

 

그는 백화점에서 에어컨 가구등 자기집 살림살이를 왕창 구입하고 자신의 개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런 다음 잠시뒤 해당 백화점에 찾아가서 “엉뚱한 카드를 잘못 썼다. 이전 카드 결제분을 취소하고 새 카드로 결제해달라”고 요구하며 법인카드를 내민다.

 

새 카드로 결제할 때는 영수증에 구입물품 목록이 남지 않고 단지 가맹점 이름과 금액만 기재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렇게 교묘한 수법이 어떻게 감사에 적발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직원은 상당한 중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적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후로 비슷한 영수증이 쏟아져 감사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적발된 직원이 워낙 고가의 품목을 한꺼번에 구입해 문제가 됐지만 소소한 액수는 물품 목록을 찾지 못한다는 것.

 

지인은 ‘도둑’의 수법은 날로 발전하고 진화하는데 감사 방식은 19세기 방식 그대로여서 법인카드는 그야말로 물이 줄줄새는 바가지나 다름없다고 한탄햇다.

 

한편으론 법인카드 사용으로 억울한 징계를 당한 사례도 회자됐다.

 

모 기업 임원이 얼마전 카드 유용으로 감사팀에 적발돼 옷을 벗었다.

 

그가 거의 주말마다 자신의 집이 있는 분당의 음식점에서 거액을 긁은 것이 문제였다.

 

법인카드 소지자들에게 집 주변, 주말사용은 그야말로 금지중의 금지사항.

 

그러나 그는 업무상 접대할 일이 많았고 주말마다 골프장이 많은 용인 기흥등에서 접대골프를 친 다음 기왕이면 자신이 잘 알고, 단골로 잘해주는 분당의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본 감사팀은 결국 그를 징계했다.

 

아무리 공적인 결제라도 잘못 쓰면 덤터기를 쓰는 것이 또한 법인카드다.

 

경험많은 지인은 또 법인카드라는 특수성 때문에 바가지 쓰는 일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접대 골프의 경우 골프를 치고 난 후 대부분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는게 관행인데 골프장에서 파는 터무니없는 가격의 과일이나 골프옷등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할인마트에서 2만원이면 살 수있는 사과 1박스가 골프장에서 6~7원한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할인마트에서 사서 차에 싣고 가서 선물을 주는 것이지만 이럴 경우 할인마트 영수증이 사적인 용도로 오해받을 염려가 있어 비싸거나 말거나 골프장에서 3~4배의 비싼 값을 치루고 살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무튼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법인카드다.

 

최근 골프장과 노래방 룸살롱 등에서 수천만원의 유흥비를 법인카드로 펑펑 긁어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적발돼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며 대대적인 사정과 혁신을 예고했는데 그중 비리의 핵심도 법인카드 유용이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잣대로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오랜 연륜의 사람이 보면 정당성과 부당성이 한 눈에 보인다는 것.

 

법인카드 비리가 이처럼 만연해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적 도덕성에 기인하고 다음으론 감시의 그물망이 아직도 구태의연하고 느슨한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인카드를 투명카드로 만든다고 한다.

 

심야나 휴일, 원거리 지역 혹은 골프장 등 사용금지 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하거나 분할결제와 동일업소 반복이용 등 비리 징후가 생길 경우 시스템에서 자동 확인해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앞으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사람들, 혈세로 골프장가고 룸살롱 갔다는 열받는 뉴스가 더 이상 나올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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