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의 대어인 하이닉스를 놓고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진출의 시너지 효과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메리트는 매력적이지만 인수 결과에 대한 위험부담이 만만치 않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SK의 하이닉스 인수 새로운 국면으로…
6일 SK는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인수 관련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하이닉스 인수관련 각종 '설'들이 난무하며 관련 종목의 주가가 널뛰듯 급변하자 SK, LG, STX, 효성, 동부CNI 등 5개사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하이닉스 인수설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SK의 이 같은 애매모호한 답변은 3개사가 구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한 적 없다"고 공식 부인한 끝에 나온 것이어서 재계의 시선이 SK에 확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달 21일 하이닉스를 공개경쟁 입찰절차를 통해 매각하기로 하고 다음 달 중 우선협상자를 가려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키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에는 반도체 시황 악화에다 다른 대형 M&A건에 대기업들이 몰리면서 하이닉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을 감안, 매각 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뿐만 아니라 신주를 발행해 매각하는 방안까지 제시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계속해서 인수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SK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벌써 세 번째다. 하이닉스 인수 관련 루머가 터질 때마다 세간의 이목이 SK를 비껴나가지 않았다.
계속되는 SK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 그동안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SK가 글로벌기업을 꿈꿔왔고 어느 정도 실적을 내놨지만 여전히 내수기업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이번 1분기 SK이노베이션을 선두로 한 SK그룹 제조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총 14조5천400억원 매출에 8조9천700억의 수출을 기록했다. 매출대비 수출 비중이 62%에 달해 수출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음에도 SK텔레콤 등이 미국·중국 등 해외 진출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쓴맛을 보고 있어 내수기업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SK그룹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기름수출도 창의성과 기술이 결합된 자체 생산제품이라기 보다 임가공품에 가깝다는 시선이어서 여전히 내수기업의 인식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우시 현장 생산라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SK는 중국 진출의 시너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 이후 사업성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 SK의 고민이 있다.
6일 기준으로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5조6천925억원이다. 이중 채권단 지분(15%)의 인수 가격은 어림잡아 2조4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및 추가 설비 투자비까지 합하면 최소 6조원 이상은 필요하다. 매년 들어가는 고정 투자 비용도 수조원에 달한다.
지불비용은 분명한 반면 사업전망은 불투명하다. 하이닉스가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호황과 불황의 변동폭이 크다. 잘 나갈 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빠진다.
공시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3조2천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매출 2조7천930억원, 영업이익 3천230억원)을 거둔 상태다. 하지만 IT산업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SK로서는 경계심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재정적인 위험부담은 너무 큰 반면, 기존 주력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거둘 수 없다"며 "단순히 인수 여력이 있다고 무조건 달려들 수 없다는 측면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모든 득실계산을 마친 최태원 회장의 결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는 어떤 회사?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1999년 외환위기에 따른 정부의 유관산업 빅딜 정책에 따라 그 해 5월 LG그룹과 LG반도체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했다.
하지만 이듬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과 LG반도체 인수 차입금 부담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2001년 현대 그룹에서 계열 분리 이후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아 왔다.
이후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 투입 등으로 정상화의 길을 걸어 2005년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지배지분 매각에 나왔지만 2009년과 2010년 각각 한 차례씩 유찰되고 이번이 세 번째 입찰이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