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무료 업그레이드 도중 하드웨어까지 망가져 거액의 수리비까지 물게 된 소비자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소비자는 해당 내비게이션의 업그레이드 시스템 자체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11일 전라남도 해남군에 사는 김 모(남.37세)씨에 따르면 그는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하려다 하드웨어까지 망가져 거액의 수리비를 물고 수리했으나 여전히 작동 불능상태라며 수리비 배상을 요구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아이스테이션사의 내비게이션을 구입한 후 별 문제없이 잘 써왔다. 이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15일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하려던 차였다.
SD카드(우표 크기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꽂아놓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는데, 완료 직전에 에러가 난 것이었다. 이상해서 다시 시도해봤지만, 몇 번을 해도 똑같은 에러가 반복됐다. 짜증이 난 김씨는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SD카드를 다시 내비게이션에 꽂고 작동시켰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새하얀 화면만 뜨고 내비게이션이 작동되지 않았다.
“정말 황당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김씨는 “혹시나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이스테이션의 업그레이드 시스템 자체에 의심이 갔다”고 말했다.
답답해하던 김 씨는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준다는 회사 측 제안에 사흘 후인 18일 아이스테이션 노원구 A/S센터로 내비게이션을 보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새로 깔아야 한다는 말에 3만원, 터치 오작동을 고치기 위해 3만4천원 등 총 6만4천원의 수리비를 지불했다.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끝난 내비게이션은 일주일 후에 도착했다.
김 씨는 “업그레이드 한 번 하려다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나간 것에서부터 속이 끓던 차에 돌려받은 내비게이션조차 느린 부팅, 터치 오작동, 길 안내 미스 등의 문제가 발생해 분통이 터졌다”면서 “기계 자체의 결함이니 아이스테이션은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아이스테이션 관계자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에 문제는 없고, 수리 후 정당한 수리비를 청구한 것일 뿐이다”고 단언한 후 “지금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민원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며 책임을 비켜갔다.
김 씨는 “내비게이션이 수리 전에는 잘 안내하던 길을 수리 후 갑자기 평소보다 3배 이상 시간이 걸리는 엉뚱한 길로 안내하니 수리와 업그레이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길 안내를 비롯해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을 갖춘 내비게이션, 운전자들 사이에서 "이제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은 상상도 안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상용화돼 있다. 그러나 물건 특성상 정기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수인데 업그레이드 시 자주 문제가 발생하면 운전자들은 심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제조사의 결함 예방 노력 등 적극적인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서로의 김범한 변호사는 “같은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에러를 겪는 등 명백히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판명될 경우는 업체 측이 환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