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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차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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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차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가보니..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1.07.1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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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1만명이 모였다. 185대의 버스를 타거나 개인 자가용과 자전거, 도보로 이용하고 부산시민들도 합세했다.

이들이 부산을 찾은 이유는 2가지.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정리해고 철회와 185일째 크레인 위에서 고공시위 중인 김진숙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영도조선소를 약 700m 앞두고 경찰의 저지선에 막혔다. 5m 높이의 차벽을 뚫으려는 농성자들에게는 곤봉과 최루탄을 섞은 물이 분사됐다. 대치 속에서 부상을 입은 농성자들이 늘어났지만 경찰은 최루탄을 섞은 물대포로 영도조선소로 들어가는 길목을 원천봉쇄 했다. 밤샘시위 끝에 50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다음날 오후까지 농성을 이어가던 시위자들은 3차 희망의 버스를 약속하고 해산했다.

▲9일 낮 12시
서울시청광장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약속시간 30분을 남기고 200여명의 시민들과 주최측인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희망의 버스 기획단이 모여 있었다. 버스 출발 시간 1시가 되자 1천명이 넘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1시30분이 넘어서야 버스에 탈 수 있었고 2시에 출발했다. 한번에 버스 5대만 출발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한동안 서성거렸다.  서울에서만 버스 50여대가 출발했고, 전국적으로 190여대가 부산역으로 향했다.


▲희망의 버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죠?" "희망이요" 기자가 탄 버스는 '서울 41호', 희망의 버스 기획단 진행요원인 깔깔깔은 1명도 없었다. 1차 희망의 버스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전체 42명 중 독서모임과 청년단체를 제외한 10여명은 개인 참가자들이었다. 여고생 딸과 함께한 아버지, 집안 일은 제쳐 두고 온 40대 주부, 준공무원이라며 닮은꼴 자매, 1차 희망의 버스를 탔던 사람들,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청년들 모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백수라고 밝힌 여성과 한 여대생은 "(영도조선소에) 내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분과 문제로 집회에 참여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내려가는 내내 창밖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부산역 문화제와 행진
정리해고 철회 등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바라는 2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 약 1만명이 부산역 광장에 모였다. 문화제 행사는 오후 7시부터 열렸고 부산시민들도 장대비 속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전국에서 온 이들을 환영했다.

오후 9시40분께 영도조선소로 7천여명의 행진이 중앙로를 따라 시작됐다. 3.6km 가량의 행진은 순조로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오를 유지하느라 중간중간 멈췄고, 도로를 점거한 행진 때문에 일부 질주하는 차량은 경찰이 아닌 집회 참가자들이 제어해 불상사는 없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천정배·문학진 민주당 의원,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배우 문성근 씨 등도 문화제에 이어 행진대열에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후 10시 40분께
그러나 1시간 가량의 행진은 영도다리를 건너자마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약 700m 앞둔 부산 영도구 봉래사거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90여개 중대 약 7천명과 경찰 버스 약 200대를 동원해 영도조선소 전방을 완전히 봉쇄하고, 물대포차도 10여대 배치했다.

선두 행렬이 5m 높이의 차벽 사이로 난 경찰 대오를 뚫으려 했지만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오후 11시께 양쪽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일부 경찰은 곤봉을 휘둘렀고, 참가자들의 얼굴 정면에 최루탄을 섞은 물을 쏘아댔다. 흥분한 집회 참가자들이 생수병을 던지고 경찰들의 방패와 헬멧을 뺏었다. 최루액이 눈에 들어간 사람들은 서둘러 생수로 눈을 씻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10일 오전 2시40분께
3시간 넘게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됐다. 차벽을 돌파하기 위해 도로 인근의 벽돌과 모래주머니가 날라졌다. 경찰은 개별적으로 올라오는 사람에게 물대포를 쏘고 물대포를 터뜨렸다. 최루액이 섞은 파란물, 하얀물이 닿은 눈과 피부는 따갑고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껍고 자꾸만 기침이 났다.

주변에선 "제로다" "최루탄이 섞인 물이다" "눈을 비비지 말라"며 마시려고 가져온 500ml생수병을 보내왔다. 파란물이 도로 가장 자리로 차올랐다. 인도에는 최루액을 연거푸 맞은 참가자들이 "더 독한 것 피우면 낫다"면서 태운 담배연기로 매케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행진 보장하라"는 외침과 "최루액을 맞지 않은 남자들은 나와 달라"는 여성의 절규가 이어졌다. 경찰은 이 틈을 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영도조선소에서 농성 중인 해고자의 부인과 중학생 아들 등 50명을 연행했다.


▲오전 5시께
물대포가 연거푸 쏟아지면서 집회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강제해산에 50m 밖으로 밀려났다. 자리에 앉아 경찰의 무리한 강경대응을 비난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오전 4시께가 되자 양측의 밀고당기기는 한풀 꺽였다. 최루액을 맞아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주최측 의료진을 찾았고, 상태가 심한 이들은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끝까지 남은 약 3천명의 참가자들은 저지선 밖 도로에 연좌한 채 '김진숙을 지켜내자'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비정규직을 없애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밤샘 집회를 이어갔다.

입었던 우비를 벗어 점거한 도로와 상가 계단, 벤치에서 새우잠을 자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주최측은 이날 오후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면서도 한 달 안으로 3차 희망의 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3시께
끝까지 남은 1천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자진 해산했다. 참가자들은 "영도조선소 담을 뛰어넘었던 1차 희망의 버스만 못했다" "앞에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는 술 마시고 놀더라" "잠도 자지 못한다는데 김 위원은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냐"면서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야당은 경찰이 희망버스를 과도하게 많은 물리력을 동원하고 최루액까지 사용한 것에 대해 '과잉 대응'이라며 강도 높게 규탄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법.폭력집회에 대해 합법적인 범위에서 대응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11일 경찰은 50명의 연행자 중 42명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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