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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하이닉스를 삼킨 보아뱀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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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하이닉스를 삼킨 보아뱀의 운명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7.12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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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보면 첫머리에 그 유명한 중절모 그림이 있다.

 

언듯 보기엔 중절모지만 사실은 자기보다 몸집이 몇배나 큰 코끼기를 삼킨 보아뱀이다.

 

코끼리를 간신히 삼키긴 했지만 안에서 코끼리가 몸부림치면 보아뱀은 그야말로 옆구리가 터져 죽을 수도 있다. 실제 얼마전 인터넷에 악어를 삼켰다가 옆구리가 터져 죽은 뱀 사진이 뜨기도 했다.

 

물론 잘 소화한다면 한 몇 년 다른 먹이를 먹지 않고도 기운차게 잘 살수도 있다.

 

동화에서뿐 아니라 경제학에서도 이 사진은 유명하다. 바로 ‘보아뱀 전략’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보아뱀 전략이란 M&A시장에서 나도는 경제 용어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9년 9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건이다.

 

하이닉스 입찰에 단독 응찰한 효성은 당시 자산규모가 6조원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인수되는 하이닉스는 10조원에 달했다.

 

언론들은 다윗이 골리앗을 삼킨다는 해설을 내보냈다.즉 효성의 보아뱀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도는 불발했다. 보아뱀 전략에대한 경제계와 재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컸고 그 배경으로 청와대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효성이 자진 포기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 하이닉스 매각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번엔 SK텔레콤과 STX가 맞붙었다.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보아뱀 전략과 관련한 자산규모만 보면 2개 기업 모두 큰 결격사유는 없어 보인다.

 

SK텔레콤은 자산규모가 97조원이고 현금성 자산도 1조6천억원을 넘는다.

 

STX는 자산규모가 32조원 규모다. 하이닉스의 자산규모가 16조원 가량이니 누가 인수하던 보아뱀 전략으로는 볼수없다.

 

그러나 보아뱀 전략이 반드시 숫자로만 따질 수없다.

 

숫자로는 보아뱀이 아니었지만 역량을 뛰어넘은 과도한 M&A도 역시 보아뱀이 될 수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승자의 저주 케이스로 불리는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다.

 

당시 금호아시아나의 자산규모는 13조원, 대우건설은 6조원 규모였다. 외형적으로는 코끼기를 삼켜도 소화를 시킬만한 보아뱀이었지만 결국 소화하지 못하고 토해냈다.

 

너무 큰 코끼리라서 안정을 취하며 소화하는 시간을 길게 가져야 하는데 곧바로 악어격인 대한통운이란 먹이가 다시 나오자 욕심에 그것마저 삼켜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론 너무 많은 먹이를 먹은 보아뱀이 급체에 걸려 이전에 먹은 코끼리까지 몽땅 토해내게 된 셈이다.

 

물론 보아뱀 전략이 모두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건 아니다.

 

인도 타타그룹의 경우 보아뱀 전략으로 도약한 대표적인 회사다.

 

인도 최대 기업인 타타그룹의 타타스틸은 조강능력 기준으로 세계 56수준이었다. 그러나 세계 9위 규모인 영국 코러스가 매물로 나오자 2007년 인수해 일약 세계 5위의 철강회사로 도약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타타모터스 역시 지난 2008년 영국의 세계적 자동차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해 일약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

 

물론 이들 회사들이 삼킨 코끼기를 제대로 소화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고 있는지는 아직 평가가 끝나진 않았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선 것 만은 확실하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M&A의 조건으로 ▲기존 핵심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합리적 가격 ▲타이밍 3가지 요소를 들고 있다.

 

자산규모가 월등한 SK텔레콤은 차지하고 STX의 경우 금호아시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산규모가 2배 수준에 불과하다.

 

또 STX는 그간 끊임없이 대형 먹잇감들을 집어 삼켰다.

 

2001년 대동조선 2004년 범양상선 2007년 노르웨이 아커야즈를 인수했다. 아커야즈 인수당시 이미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코끼리’ 대우건설과 ‘악어’ 대한통운을 잇달아 삼켰다가 토해냈다.

 

STX가 코끼리 아커야즈와 또 한 마리 코끼리 하이닉스를 삼킬 경우 3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두 마리 코끼리를 제대로 소화해 슈퍼 보아뱀으로 성장하는 것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 모두 토해내고 예젼의 보아뱀으로 돌아가는 것 ▲ 코끼리 2마리가 뱃속에서 난동을 부려 옆구리가 터져 사망하는 것

 

이번 하이닉스 M&A가 흥미로워지는 또 다른 이유다.[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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