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소년 주마 굴(6)군으로부터 탈레반 전사에 의해 폭탄을 넣은 조끼를 입도록 강요받았다는 얘기를 듣던 아프간 촌장들과 미군 병사들, 아프간 정부군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탈레반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전장터에서 고철을 주워 모아 돈을 벌던 주마군이 탈레반의 '마수'에 걸려든 것은 지난 5월의 어느날.
주마 군의 말에 따르면 탈레반 전사들은 그에게 다가와 '이 옷을 입고 있다가 요 단추를 누르면 꽃잎이 나오면서 확 퍼질거야'라고 주마의 환심을 샀다. 그들은 또 '미군들을 만나면 그대로 미군 쪽으로 넘어지면 돼'라고 지시한 것으로 그는 말을 이었다.
그들은 이어 아툴 마을에 사는 주마군을 아프간 남부 간즈니주의 탈레반 장악 지역의 한 장소에 데려다 놓은 것.
이들은 가난에 쩌들어 누나와 생활하고 있는 이 어린애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줄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주마 군의 아빠는 파키스탄의 빵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며 엄마는 현재 다른 마을에서 가정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은 빗나갔다. 이날 간즈니의 미.아프간 합동 군기지에서 촌장들에 소개된 주마군은 기자들에게 "그 사람들이 이 옷을 입혀줬을 때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어요. 그런데 곧 이거 폭탄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를 봤다가 탈레반의 눈을 피해 그곳을 빠져 나와 아프간 군인들에게 도움을 구함으로써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이날 모임에 주마와 그의 형을 데리고 참석한 아툴 마을 라힘 데시왈 촌장도 "주마군이 영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해 주었다.
그는 "주마가 적들의 눈을 피해 아프간군 초소를 발견하고는 '저기요. 나를 도와 주세요. 누가 이 조끼를 입혀 주었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속에 나쁜 게 들어 있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어린애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목이 메이자 자리를 함께 함 20여 촌장들과 미군과 아프간 군인들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수건을 적셨다.
한편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세프 아마디는 자신들에게 자살폭탄 공격에 나설 수백명의 성인 전사들이 있다면서 어린이 전사를 두고 있다는 얘기를 부인했다.
그러나 현지 미군과 나토군측은 주마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사실로 믿는다고 전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