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나 용돈을 마련해 보려는 학생들의 심리를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또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못하고 백수가 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노려, 다단계가 평생 직장이고 잘릴 염려가 없는 창의적인 '자기사업'이라며 학생들의 다단계판매 입문을 유도하고 있다.
대학생 다단계는 주변의 친구들을 끌어들여 수당을 받거나 고가의 물품을 파는 등 방식면에서는 일반 다단계 판매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애초 눈곱만큼의 사업밑천도 없는 형편을 감안, 등록금을 대출받아 오도록 하거나 교재비ㆍ학원비 등의 명목으로 부모한테 돈을 받아내도록 하는 술책까지 제시해 학생들의 피해를 크게 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대학생들은 젊은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학교 등록을 중단하는 등 평생의 불운을 자초할 수있다는 점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난 몇년사이 대학생 다단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제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다단계업체들이 최근 이름을 바꾸거나 근거지를 옮기는 수법으로 다시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비시티원, 메이크유어드림, 서형엔터프라이즈 등 대표적인 대학생 방문판매 혹은 다단계업체의 영업사원들이 새로운 회사로 옮겨가거나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규제와 눈총을 피해 영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는 대학 방학기간 접수되는 ‘대학생다단계’ 관련 피해 상담 건이 평소보다 1.5배나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보통 한 달 동안 70여건이 접수되지만 방학 때는 100건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최근 지방 대학생 C양이 대학생 다단계의 생생한 피해 경험을 전해왔다.
C양은 서울 친구로부터 일당이 센 아르바이트가 있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드림웰빙플러스라는 다단계회사를 가게 됐다. 건강식품, 화장품, 보석류 등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가보니 비슷한 또래들이 세미나실에 수백명 앉아 있었다. 회사 직원은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고 친구도 돈 벌게 해주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다단계인데다 종잣돈마저 없어 결정을 못하자 회사직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된다. 부모님 모르게 할 수 있다”고 붙잡았다.
반강제로 상호저축은행에서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청을 대행해주는 사무실에 가서 도장을 찍었다. 찝찝했다. 그러자 회사 직원은 “걱정마라. 합법적이다. 만약 돈을 못 벌면 자기들이 갚아주겠다”며 안심시켰다.
대출금이 나오자 그들은 물건값으로 350만원, 합숙비와 보증금으로 150만원을 가져갔다. 남은 금액은 100만원. 이것으로 우선 생활비와 용돈을 하라는 것이었다.
회사 근처 빌라에서 합숙생활에 들어갔다. 빌라 하나에 20여명이 단체생활을 했다. 회사가 전세로 빌린 것 같았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전화를 거는 일. 친구, 친척 등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르바이트 필요하지 않습니까” 라고 묻고는 교육받은대로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 다니던 직장, 학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게 만들었다.
주요 공략대상은 나이 어린 지방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한번 서울에 올라오면 차비가 아까워서라도 쉽게 못내려가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C양은 11개월을 일하면서 10여명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중 한 사람이 하겠다고 해 45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이것이 11개월동안 힘들게 일한 수입의 전부였다.
대출금 600만원에 대한 이자는 한달 평균 21만원. 갖고 있던 생활비와 용돈 100만원은 얼마 안가 떨어졌다.
못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조금만 참으라며 붙들었고 할 수 없이 친척에게서 200만원을 어렵게 빌렸다. 이 돈으로 끼니를 컵라면으로 떼우면서 일했지만 수입은 없고 합숙비로, 대출금 이자로 돈이 떨어져나갔다.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 그만두겠다고 하자 회사는 그때서야 “알았다”며 나를 놓아주었다.
사업 11개월 동안 남은 것은 갖은 고생과 빚 800만원. 친척 돈이야 나중에 갚아도 되지만 상호저축은행에서 빌린 원금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C양은 뒤늦게 가슴을 치고 있다.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에 피해를 신고한 또 다른 대학생 P씨도 친구로부터 병역특례 일자리 소개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상경했으나 그 친구가 데리고 간 곳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다단계판매 회사였다.
이 회사는 빠르면 한달, 오래 걸리면 3년 안에 월 1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회원 가입과 함께 300만원어치의 물건을 사게 했다.
그러나 곧 금전적인 부담을 느껴 반품을 하려고 친구에게 반품절차를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P씨가 물품을 반품할 경우 후원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 "반품이 무조건 안된다"며 거절한 후 P씨가 구매한 물건의 포장을 뜯어 물건을 사용케했다.
결국 P씨는 차비 들여 서울로 올라와 강의 2시간 듣고 돈 300만원만 날리고 말았다.
이른바 '떴다방'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학생다단계업체 서형엔터프라이즈의 판매원 라인은 서울 거여동에 있는 청풍·정진·청해·썬로드라는 방문판매업체로 구성된 글로벌그룹으로 이동해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특판조합으로부터 공제거래해지 처분을 받은 다단계판매업체 멤버쉽뱅크코리아의 일부 대학생 판매원 라인도 현재 서울 거여동에 위치한 다단계판매업체 조앤바인으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
또 서울 대치동의 케어웰빙, 드림웰빙 플러스등도 각각 멘토넷, 유림뷰티사이언스의 판매원이었던 대학생 및 20대 청년들이 이동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측은 “일부 대학생다단계업체들은 언론에 공개되거나 검찰에 고발되는 등 사업에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되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거나 판매원 라인이 다른 업체로 이동해 불법 및 편법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