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에 맥주 한잔 어때?”
이 한마디면 ‘쩐의 전쟁’을 시청하고 있더라도 당장 뛰어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만 같다. 그만큼 입맛 당기는 제안이다. 굳은 다이어트의 신념을 한 방에 무너뜨리고야 마는 ‘치킨과 맥주’의 유혹. 여름이면 이 둘의 ‘하모니’는 더욱 절정을 이룬다.
치킨의 변신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진다. 단순하게 양분되던 프라이드 치킨, 양념치킨 시절은 옛날 이야기. 요즘에는 마늘을 갈아 올린 ‘마늘치킨’ 새우와 치킨을 함께 튀겨낸 ‘새우치킨’ 와인으로 숙성 시킨 ‘와인치킨’ 등 그 응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일례로 하교길의 어린이들이 콜라와 팝콘치킨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콜팝’을 들고 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치킨의 화려한 변신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대림동의 '마늘치킨'을 먹어 보았는가. 꽤 알려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며칠 전에서야 알게 된 명물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치킨에 마늘 양념을 코팅하듯 입힌 반포동의 치킨집이 원조고, 마늘양념을 수북이 얹어 내는 문래동의 마늘치킨 집도 유명하단다.
대림역 4번 출구로 나와 50m 정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4개의 치킨 집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마늘치킨을 팔고 있어 저절로 마늘 치킨 거리가 형성됐다. 하지만 각각의 집마다 맛도 개성도 다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맛집 평가단의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곳은 'CT바베큐 치킨'. 이집의 주력메뉴는 '버섯마늘통닭'과 '마늘바비큐'. 버섯마늘통닭은 철판 위에 버섯과 양파를 깐 다음 바삭바삭하게 튀겨낸 프라이드 치킨 위에 이곳만의 특제 소스인 마늘소스를 얹어 낸다. 여기에서 마늘소스라 함은 액체처럼 묽지 않고 마늘을 갈아낸 모양이 보이는 입체적인 모습이다.
이런 모습의 마늘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는 치킨을 보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겁이 난다. ‘눈물이 나지는 않을까’ ‘너무 아리지 않을까’ 하는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드는 것.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때그때 튀겨내는 치킨은 바삭바삭함이 일품이고 속살은 유난히 부드럽고 담백하다. 거기에 올려진 마늘소스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특유의 매콤함에 달콤새콤한 맛이 더해져 색다른 맛을 낸다.
마무리는 끝 맛을 오묘하게 자극하는 마늘 특유의 아린 맛. 마늘소스 고유의 향이 은은하게 치킨 살과 함께 입안에서 퍼지는 순간 맥주 한 모금 들이키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어느 정도 먹다 보면 포만감이 들어야 정상인데 ‘이놈의’ 마늘통닭은 아무리 먹어도 끝이 없다.
함께 동반한 일행은 “혼자서 다섯 마리는 거뜬히 먹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한번 먹고 나면 이상하게 며칠 동안 아른거린다. 마늘버섯통닭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면, 마늘바비큐는 30~40대 이상에게 인기가 좋다.
초벌구이한 치킨을 바비큐 해 마늘버섯통닭과 마찬가지로 똑 같은 마늘소스를 뿌려낸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늘바비큐를 시킨다. 원래 이곳은 바비큐 치킨을 전문으로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바비큐 치킨도 맛있다. 양념 바비큐 치킨은 10가지 넘는 재료로 소스를 만들었는데 특유의 매콤달콤함이 제법이다.
겨울에는 10평 남짓한 작은 규모라 왔던 손님들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가게 앞에 야외 테이블이 많이 깔려 있다. 그런데도 만원사례라 더러 기다려야 한다. 손님도 많고 바빠 정신없는 모습이지만, 이곳 사장 허미희씨와 장기홍씨 부부는 항상 인상 좋은 얼굴로 손님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미선 기자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